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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로마·로마인 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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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로마·로마인 변호'

입력
2000.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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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로마·로마인 변호'로마인에게 묻는 20가지 질문

시오노 나나미 지음·김석희 옮김, 한길사 발행

시오노 나나미(63). ‘로마인 이야기’로 고대 로마를 현세에 화려하게 부활시킨 그가 이번에는 로마와 로마인 변호에 나섰다.

배경을 설명하고 인물의 삶을 좇는 그런 연대기적 소설이 아니다. 시기심어린 비판에 대한 적극적인 변호이자, 무지와 편견에 대한 애정어린 질타이다.

먼저 해군력이 보잘 것 없었던 로마가 과연 어떻게 해상 대국이었던 카르타고를 물리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대답. 시오노 나나미는 구체적인 물증을 들이밀면서 오히려 로마인 특유의 ‘유연한 사고’를 극찬한다.

“‘까마귀’라는 다리(橋)때문에 로마는 포에니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까마귀’는 뱃머리와 가장 가까운 돛대에 고정돼 있는 일종의 다리다.

뱃머리가 적의 배에 접근하면 돛대에서 풀려난 ‘까마귀’는 적의 갑판으로 떨어지고, 로마 병사들은 이 다리를 통해 적의 배로 물밀듯 들어간다.

항해술에 자신이 없는 로마인은 이 ‘까마귀’를 이용해 해상 전투를 육상 전투로 바꿔버린 것이다.”

로마가 군사적으로는 그리스를 정복했지만 문화적으로는 거꾸로 정복당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기원 전후에는 이미 문학 철학 역사 건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리스 문화가 넘쳐흐르고 있었다”며 “로마는 패자(敗者)의 이러한 업적을 무조건 파기한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풀이한다.

로마인의 그리스 문화 존중은 오히려 그들의 뛰어난 지배감각의 증거라는 설명과 함께.

이밖에 로마의 엄청난 빈부 격차에 대해서는 사유재산을 공공사업에 투입한 이들이 다름아닌 부자와 유력자였음을, 후대에 악평을 받는 로마의 황제에 대해서는 그들이야말로 당시 최선의 정국 안정책을 모색한 영웅이었음을 밝힌다.

‘로마는 왜 멸망했는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역공세를 취하기까지 한다. 이쯤되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 사랑’은 한 역사소설가의 애정을 넘어선 것 같다. 8,000원.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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