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하고, 자동차의 상석(上席)을 양보하는 모습은 한편의 드라마였다.그러나 주식시장은 오를만큼 올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물로 지수가 13일에 41.36포인트나 빠졌고, 14일에는 소폭 반등했을 뿐이다.
정삼회담이후 국가신용등급 상향설까지 나돌게 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바이 코리아(Buy Korea)’강도도 주춤해지기 시작했다.
시장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55년만의 역사적인 만남에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반응하는 것일까. 아니다. 모두들 축제에 들떠있을 때 시장은 회담, 그 이후의 남북관계와 국내문제를 앞서 반영하고 있다.
외국증권사의 관계자는 “경협에서 한국이 부담할 비용과 산적한 금융개혁 문제를 시장은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금이 회수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하고, 북·일 및 북·미 수교에 진전이 있어 북한에 대한 지원자금 또한 분담돼야 한다는 얘기다. 또 남북관계 개선 만큼이나 금융개혁의 성공여부가 컨트리리스크(국가위험도) 감소에 중요하는 것이다.
시장의 냉정함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다분히 이성적이다. 만남 자체의 역사적 의미가 남북 모두에게, 눈에 보이는 득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침착함을 잃어서는 안되며, 필요할 때는 득실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시장의 경고는 정상회담에 대한 감격이 덜해서가 아니라, 감격을 현실로 앞당기기 위함이다.
유병률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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