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실천문학사 발행며칠 전 출판사에는 오랜만에 모인 작가와 시인들로 북적거렸다. 분위기가 무르익은 술자리에서 누군가 잔을 높이 들더니 한마디한다. “바다 건너 멀리서 오신 귀한 분이 계십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 낯익은 얼굴들인데 해외에서 온 분이라니? 그런데 이어진 다음 말은 내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고 동시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 자리를 빛내주신 체 게바라 동지를 위해 건배!”
와하하하….
출판계의 불황을 절실히 느껴온 터에 출간된 ‘체 게바라 평전’. 그러나 책을 펴낼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잘 팔리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냉전의 장막이 걷히고 이념이 썰물처럼 사라진 이 시대에 누가 혁명가에게 관심을 가질 것인가? 그러나 꿈을 지닌 혁명가로서 자기 삶을 개척해 간, 너무나도 인간적인 체의 이야기는 어느 소설보다 흥미로웠다.
그래서 체 게바라를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라도 충실한 정보를 제공해 주자는 의도로 몇가지 작업을 했다.
분량이 많아 어떤 모양으로 책을 만들어야 할지가 가장 고민이었다.
결국 가방에 넣기 편하고 손에 쥐기 좋은 변형판을, 분권하지 않고 한 권으로 묶어 다소 두껍게, 오래 보관하기 좋은 양장본으로 만들었다.
주독자층을 대학생으로 보고 대학내 게시판에 대형포스터를 붙였다. 반응은 빨리 왔다. 학내에 붙인 포스터는 금방 없어졌고, 포스터를 구하려고 노랑머리의 한 소년은 오토바이 뒤에 여자친구를 달고 두 시간을 달려왔다.
독자의 뜨거운 반응에 e-북 형식으로도 만들어졌고, 체 게바라 이미지를 살린 티셔츠와 배지도 제작되었다. (게다가 이번 여름엔 판촉용 부채도 만들었다.)
디지털 시대의 체 게바라…. 저마다 ‘체 게바라 평전’을 읽게 된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체가 죽기 전에 나무에 새겼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인간은 꿈의 세계에서 내려온다.” 지금 ‘체 게바라 평전’을 읽은 독자들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실천문학사 이순화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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