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통일화해와 통일 분야에 대한 남북한의 합의는 민족통일의 대장정인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본격적으로 이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본합의서에 명시된 상호실체 상호인정 조항은 김대중 대통령의 이번 평양방문을 통해 어느 정도달성됐고, “상대방을 비방·내정간섭하지 않고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기본합의서 정신도 화해 관련 합의조항에 충분히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급한 것은 통일보다는 분단민족간 불신과 적대성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역설해온 김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화해와 통일관련 합의를 이루기 위해 북측과 주고받는 식의 조화로운 타협을 이뤄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민족대단결 등 조국통일 3원칙을 기반으로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해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서도 통일문제를 합의문에 넣지 않고서는 서명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문제가 북한 체제 유지의 큰 축이었다는 내부사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합의가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양측은 당국간 대화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기본합의서가 규정하고 있는 남북 화해공동위의 가동 또는 관련 부처의 장·차관급 당국자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해와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경제교류, 이산가족상봉, 군사적 신뢰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단계적인 이행이라는 큰 틀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섭기자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남북 정상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세계 유일의 냉전지대로 남아 있는 한반도가 본격적인 해빙의 시기를 맞게 됐다.
1945년 해방 이후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남북은 지금까지 55년 동안 서로에 대한 증오와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남북 정상간의 합의는 남북이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하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남북은 특히 이번 합의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외세에 넘겨주지 않고 민족간 지혜와 노력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했다.
그동안 한반도 문제는 우리의 손을 벗어나 있었다. 1992년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북한문제는 국제화했고 1998년 부상한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 문제는 북·미 회담, 북·일 회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런 맥락에서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를 남북간 대화의 테두리내로 끌어 넣음으로써 당사자 해결원칙에 따른 본격적 냉전구조 해체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평화정착의 큰 틀은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제한과 군비축소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구성된 핵통제공동위원회, 군사공동위원회 등이 본격적으로 가동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합의 정신으로 미뤄 남북기본합의서의 상호불가침 원칙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군축합의를 통해 평화체제의 기반을 닦는 노력들이 이어질 수 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교류와 협력
남북간 교류와 협력은 군사적 정치적 신뢰구축 못지 않게 분단의 골을 메울수 있는 구체적 실천과제다. 같은 혈육임을 확인해주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교류협력이 확대될 경우 양 체제간의 상호의존도가 심화돼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번에 합의된 사항은 우선 민간 차원에만 국한돼온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정부차원으로 끌어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주로 경제부문에 집중됐던 양측간 교류·협력이 정치·문화·과학 등 다방면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같은 사업으로 기대되는 것은 인적 교류의 확대다. 1998년 이후 급증해온 남북 인적교류는 이번 조치로 질적·양적으로 늘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남한 자본의 북한 이동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내에 투자된 남한 자본은 북한 경제를 활성화 하는 것은 물론 남한 경제에도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다.
더욱이 이번 회담과정에서 양측은 정부차원의 이중과세방지협정과 투자보장협정등에 관해 밀도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기대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경제분야 못지 않게 체육분야에서도 적지않은 성과가 예상된다. 체육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시키는 촉매제다. 시드니 올림픽 개·폐회식 공동입장, 오사카 세계탁구대회의 단일팀 구성등은 이번 합의로 성사가 가시권에 들어온 느낌이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 이산 가족 상봉 합의 의이.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합의의 가장 큰 의의는 그동안 음성적·제한적으로 이뤄진 이산 가족의 만남을 남북 당국간 공식 채널로 격상, 지속적인 재결합이 가능토록 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조금씩 이뤄졌다. 가족간의 생사확인과 서신왕래, 상봉은 중국 등 제3국에서 성사됐고, 적지 않은 금전적 비용까지 수반됐다.
이산가족 문제가 첫 제기된 것은 1971년 남북 적십자 회담. 지금까지 90여차례의 적십자 회담이 있었으나 남북 당국간 합의로 상봉이 이뤄진 것은 1985년 남북 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공연단 교환 방문때 뿐이었다. 당시도 남측 35명과 북측 30명만이 가족을 만났다.
정부는 1998년부터 이산가족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 북측과 차관급 회담 등을 개최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 일부 이산가족의 상봉을 눈감아 주던 북한도 조금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1998년 9월에는 사회안전부안에 관련기구를 설치, 북한내 실태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정상 회담에서 “70세이상 고령 이산 가족 25만명중 매년 1만명씩 세상을 뜨고 있다”며 이산가족 재결합의 시급성을 역설, 김정일위원장의 전격 동의를 이끌어 냈다. 정부는 앞으로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고령층 상봉을 우선 추진하며 1-2차례 시범적 이벤트성이 아닌 지속적 상봉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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