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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스타탄생? '김정일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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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스타탄생? '김정일 쇼크'

입력
2000.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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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온통 남북정상회담 신드롬을 앓고 있다. 직장 학교 거리에서, 혹은 퇴근후 가정과 술집에서도 다른 화제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평양공항에서의 단 한차례 악수만으로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이미지가 단번에 격상됐는가 하면, 생경하기만 했던 북한의 노래·말투가 어느새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이상열기와 과도한 기대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

◇김정일 쇼크

“귀엽다.” “멋있다.” 13일 오전 한 방송사 관계자는 함께 TV를 보던 여성방송작가들이 터뜨린 환호에 적잖이 당황했다. 첫날 환영행사와 14일 정상회담장에서 보여준 김위원장의 격의없는 제스처와 농담까지 던지는 여유에 그에 대한 부정 일변도의 인식이 돌변한 것.

회사원 유승환(劉承煥·31)씨는 “신경질적이고 건방진 편집증적 독재자라는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고 털어놓았고 심지어 김윤진(金潤珍·26)씨는 “믿을 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이 많다”고까지 말했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 사이버공간의 정치인 주식시장인 ‘포스닥’(www.posdaq.co.kr)에서 김위원장의 주식은 13일 상장이후 연일 상한가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13일 공모가 5만200원으로 첫거래가 시작된 김위원장 주식은 당일 최고 상한폭(10%)인 5만5,220원까지 올랐고 14일에도 ‘사자’주문이 밀려 단숨에 6만5,220원까지 치솟았다.

◇김정일 마케팅

김위원장의 선글라스 등 ‘패션’도 인기몰이 조짐을 보이고 있다.

LG유통 관계자는 “린다 김의 선글라스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었듯 올 여름에는 김위원장의 선글라스가 50대 중년남성들에게 어필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안경나라’ 천호점 관계자는 “김위원장의 선글라스는 70-80년대 유행하던 것이어서 지금은 생산이 안되지만 벌써 문의가 있어 일단 재고를 끌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제화업계 관계자도 “김위원장의 키높이 통굽구두도 다소 주춤해진 키높이 구두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현대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이 14일 북한관련 책으로는 처음으로 대형서점 정치·사회부문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하는가 하면, 한 벤처기업은 발빠르게 김위원장의 캐릭터를 넣은 머그컵 생산에 들어갔다.

◇휴대폰 벨과 컴퓨터 화면도

완전히 ‘50년대풍 구닥다리’로 외면받던 북한노래가 휴대폰의 벨소리 등으로 차용되는 등 돌연 유행의 최첨단으로 부각됐다.

야호커뮤니케이션 등 휴대폰 벨소리 제공업체들은 최근 재빨리 ‘반갑습니다’와 ‘통일의 노래’를 벨소리 서비스에 포함시켰는데, 단 며칠 사이에 이용자 조회수가 각 5, 10위권에 들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휘파람’ 등 다른 북한 노래도 서비스해 달라는 고객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송모(29)씨는 14일 오전 한 신문 인터넷 사이트에 뜬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을 다운받아 자신의 컴퓨터 바탕화면을 새로 단장했다. 송씨는 “벌써 우리 회사 사무실 컴퓨터 바탕화면들이 속속 두 정상의 역사적 만남 장면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다분히 장난스럽게 “반갑습네다”라며 손을 머리위로 들어 북한식으로 인사하는 모습도 젊은이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는 쉽게 눈에 띄인다.

◇북한 특수

‘남북정상회담 기념 무료 냉면 이벤트’를 열고 있는 귀순자 김 용(金 勇·39)씨의 ‘모란각’을 비롯한 북한음식 전문점들은 밀려드는 손님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김대중대통령까지 극찬했다는 ‘평양 온반’은 요즘 빌딩가에서 점심시간 최고의 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양말제조업체 ‘싹스탑’은 ‘한민족 통일양말’을 내놓는가 하면, 대형백화점들은 앞다퉈 북한 물산전을 열고 있고 국내가수가 부른 북한대중가요CD도 거의 히트곡 수준인 하루 2,000여장의 주문이 기획사에 밀려들고 있다.

북한 정보 및 비즈니스정보 제공업체 ‘조선인터넷 닷컴(

http://dprk.com)’이

10억원의 상금을 걸고 벌여온 ‘통일의 날 맞히기’도 하루 2-3명 정도였던 응모자가 13일부터는 수십배로 폭증했다.

◇지나친 미화는 말아야

명지대 배성동(裵成東·북한학)교수는 “지금은 남과 북 모두 이성적 접근이 필요한 때인데 다소 열기가 지나친 느낌”이라면서 “감정적으로 흥분하다 보면 큰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보다 냉정한 대응을 당부했다.

경남대 북한대학원 류길재(柳吉在)교수도 “TV화면에 짧게 나타난 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제한 뒤 “이번 정상회담은 김위원장이 외교무대에 데뷔하기 연출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펼쳐온 정책과 행적 등을 감안해 종합평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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