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 도출까지] 185분 마라톤 단독회담14일 밤 11시20분 평양 백화원 영빈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한반도 역사의 전환점을 이룰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것으로 이번 정상회담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담 끝에 5개항 합의라는 ‘옥동자’를 낳은 뒤 만들어 낸 드라마였다.
오후3시께 회담시작 5시20분께 1차 정회
오후6시5분 속개 45분만에 5개항 옥동자
문안절충 진통끝 한밤 서명 대드라마
서명마친 두 정상.배석자 샴페인 건배
김정일 "근심없이 마음놓고 주무십시오
오후 6시50분 정상회담이 모두 끝나자 “남북대표단은 합의 내용을 정리해 작성하고 있으며 9시께에 정리된 합의문에 대한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앞서 남북정상간의 2차 회담은 오후 3시께 시작돼 오후 5시20분에 1차 정회했으며 오후 6시5분에 속개돼 45분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밤 9시께 이뤄질 것으로 예정됐던 역사적인 선언문 서명식은 양측 대표단 문안 절충 과정에서의 진통때문에 밤 늦게까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 밤 11시20분께 성사됐다.
역사적인 서명식장은 환희와 흥분의 도가니였다.
■ 서명식
김대통령의 숙소이자 2차 단독회담장이었던 백화원 영빈관내 소회의실에서 이뤄졌다.
밤 11시20분 두 정상은 회의실내 커다란 마호가니 탁자에 서로 마주 앉았다.
김대통령의 왼편엔 임동원(林東源)특보가, 김위원장의 오른쪽엔 김용순(金容淳)아태평화위원장이 자리했다. 두 사람이 선언문 도출과 작성의 숨은 주역임을 알게 하는 장면이었다.
김대통령은 김하중(金夏中) 의전비서관이 푸른색 표지에 쌓인 선언문을 앞에 펴 주자 만년필로 서명했고 김위원장도 전희정 의전담당비서가 건네 준 갈색 표지의 선언문에 만년필로 거침없이 자신의 이름을 썼다.
곧이어 양측의 의전담당관은 두 정상이 서명한 선언문을 바꿔 각자의 정상 앞에 펴 놓았고 두 정상은 상대방이 이미 서명한 선언문에 다시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김대통령뒤에는 우리측 공식수행원들이 도열해 있었다.
두 정상은 서명을 모두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문서를 교환한 뒤 양측 배석자들의 박수 갈채 속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악수했다.
두 정상은 이어 테이블 옆으로 이동, 나란히 서서 사진기자들에게 두 손을 맞잡아 들고 포즈를 취해 줬다.
서명식을 모두 마치고 두 정상과 배석자들은 샴페인잔을 들어 일일이 건배를 한 뒤 ‘원 샷’을 했다. 이어 두 정상은 배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손을 굳게 맞잡아 어느덧 두터워진 ‘우의’를 확인했다.
행사가 모두 끝난 뒤 김대통령은 백화원 영빈관 1층 현관까지 나와 김위원장을 배웅했고 김위원장은 “오늘 근심과 걱정없이 마음놓고 서울과 같이 주무십시오”라며 김대통령에게 인사한 뒤 자신의 거처로 떠났다.
■ 합의 도출
이에 앞서 김대통령과 김국방위원장이 4개항에 합의, 이날 밤 서명키로 했다는 낭보는 오후 7시께 터져 나왔다.
오후 6시50분 정상회담이 모두 끝나자 “남북대표단은 합의 내용을 정리해 작성하고 있으며 9시경에 정리된 합의문에 대한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산가족 상봉 등 네 가지 분야에 대해 많은 의견 접근이 이뤄져 합의문을 작성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합의문 서명식은 심야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두 정상이 참석한 만찬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동안 서명식 개최 소식이 들리지 않자 대표단 사이에서는 “하루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밤11시20분께 서명식이 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 전후반 회담 막간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이 오후3시부터 백화원 영빈관에서 단독회담을 하는 동안 양측 수행원들은 회담장 밖에서 초조하게 회담결과를 기다렸다.
두 정상은 회담이 2시간 이상 마라톤으로 진행되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는 주위의 건의를 받아들여 오후 5시20분께 휴식에 들어갔다가 6시5분께 회담을 속개했다.
두 정상은 휴식에 들어가기 전 서울에서 팩스로 전송된 신문보도철이 보고되자 나란히 서서 이를 놓고 잠시 환담했다.
김대통령은 김위원장이 남측 언론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자 “이 신문철을 드리겠다”며 즉석에서 김위원장에게 선물했고 김위원장은 수행원에게 전하며 “잘 챙기라”고 지시했다.
이날 정상회담장은 당초 김위원장의 집무실로 예상됐으나 13일 밤과 14일 새벽사이에 백화원 영빈관으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김정일 위원장의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상례이나 우리 민족은 동방예의지국이므로 젊은 사람이 백화원으로 오겠다는 뜻을 김위원장이 전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2차 남북정상회담
1차 회담때와 마찬가지로 김위원장이 김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찾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오후2시57분께 영빈관 현관문이 열리면서 김위원장이 먼저 들어섰고 김용순(金容淳)아태위원장 등이 뒤를 따랐다.
회색 인민복 차림의 김위원장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김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편히 주무셨습니까”하고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의 회담은 20명 이상이 회의를 할 수 있는 대회의장에서 열렸다. 두 정상은 책상 중간에 마주 보고 앉았다.
김대통령은 왼쪽에 임동원특보와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 오른편에 황원탁(黃源卓)외교안보수석을 배석시켰다. 김위원장은 왼쪽에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만을 배석시켰다. 김위원장은 비닐 서류파일에 담겨 있는 10여페이지분량의 자료를 자신의 앞에 놓았으며 김대통령도 노란색의 두툼한 봉투를 앞에 놓았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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