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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 철없는 스타와 한심한 오빠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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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 철없는 스타와 한심한 오빠부대

입력
2000.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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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다섯번째 생일. 오늘만큼은 근사한 곳에서 저녁을 먹자며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승용차 뒷자리에 태우고 남편 회사로 향했다.할인점에서 간단한 쇼핑을 한 뒤 남편과 함께 도착한 곳은 경기 일산 외곽에 있는 한 레스토랑. 주차장으로 들어서는데 여학생들이 몰려있어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후 하얀 고급 승용차 한대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여학생들은 준비해온 플래카드와 카메라 꽃다발 등을 들고 와,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인기그룹의 한 멤버였다.

나도 호기심에 뒤따라갔다. 이윽고 한 남자가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여학생들을 향해 거만한 자세를 취하더니 “꺼져. 물러나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을거야”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게 아닌가. 여학생들은 그 말에 주춤하며 뒷걸음질쳤다.

레스토랑 옆 건물의 녹음실에 온 그 가수는 흰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전부 가려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여학생들은 가수 하나만을 위해 준비해온 그 많은 선물들을 그냥 손에 든채 가만 서있었다.

순간 나는 왠지모를 화가 치밀었다.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 자기를 위해 몇시간이나 기다리고 많은 준비를 해온 어린 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못할 망정 귀찮아 죽겠으니 꺼지라니. 기가 막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아이들이 주춤한 틈을 타 차 앞으로 다가갔다. “여학생들에게 손이라도 흔들어주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그들은 말없이 녹음실로 사라졌다.

한심하기는 여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너희들 그런 소리 들어가며 뭐하러 쫓아다니니”하고 쏘아주었다. 하지만 여학생 누구도 내 말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식당안으로 들어가 두시간 정도 식사를 하고 나오니 더 기가 막힌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학생들이 자기를 외면한 그 철없는 스타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담요를 가져와 깔고 누워있었다.

너무나 어이없고 한심했다. 씁쓸한 표정으로 옆에 있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쳐다보니 “엄마, 나 이제부터 저 오빠 싫어할래”라고 말한다.

독자에세이에 원고가 실린 분께는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박순자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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