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관계자들은 거짓말을 잘한다.” 프로야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명제다. 식언을 일삼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행정이 비일비재하다.지난 12일 불거진 해태 용병 키스 미첼 건도 마찬가지다. 98시즌 메이저리그 40명 엔트리에 포함됐던 미첼은 야구규약상 국내에서 뛸 수 없는 부적격선수다.
야구규약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6조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외국의 프리에이전트선수중 전년도 및 전전년도 메이저리그 40명명단에 포함된 선수는 계약대상에서 제외한다.
여기에다 규약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프로구단 단장들은 지난해 말 세칙을 마련했다. 9월1일부터 다음 년도 1월까지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는 스카우트할 수 있는 게 그것이다.
사실 이같은 조항을 만든 것은 국내 구단간의 과당 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고 용병 연봉이 20만달러를 넘지않도록 하기위한 것이었다.
문제는 미첼의 부정선수 여부가 아니다. 지난달 말 8개구단 사장들이 미첼이 부적격선수이지만 해태라는 팀사정을 고려, 미첼의 스카우트를 용인했다는 것이다. 미첼 건을 제외하고도 구단 사장들이나 단장 또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원칙없는 일처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선수회 출범을 촉발시켰던 자유계약선수제도(FA)는 조령모개식으로 바뀌더니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찌꺼기만 남았다.
또 지난해 처음 실시한 양대리그의 맹점을 보완한다고 해서 도입된 와일드카드도 마찬가지다. 특정구단이 양대리그 실시로 인한 불리함을 일찌감치 깨닫고 아우성을 치자 KBO와 다른 구단들이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더욱 웃기는 것은 용병의 연봉상한제이다. 20만달러 이상을 넘지못하도록 구단간에 약속이 되어 있지만 연봉상한제가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구단관계자는 단 한명도 없다.
구단이 발표한 삼성의 프랑코, 지금은 퇴출된 현대 윌리엄스의 연봉은 20만달러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구단의 발표액을 곧이 곧대로 믿으라고 한다면 ‘소는 웃을 일’이다.
모선수는 40만달러가 넘는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사실 미첼 건만 해도 최대 피해자는 해태라는 얘기도 있다. 해태는 돈이 없어서 연봉상한 규정을 따른 유일한 구단이다. 욕먹을 사람들은 따로 있는 셈이다.
야구흥행은 뒷전으로 한 채 지키지도 않을 규정을 왜 만들며, 규약을 어기고 어물쩍 넘어가는 구단과 KBO의 행태, 자기에게 유리하다면 물불을 안가리는 구단 이기주의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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