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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 삶속에서 남북문제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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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 삶속에서 남북문제란 무엇?

입력
2000.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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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다룬 '김치국씨 환장하다'“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이 때, 아무쪼록 이 감동이 조국 통일의 길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 아나운서의 감격적 멘트다. 이 시대적 분위기 덕에, 일개 필부에서 졸지에 스타로 떠오른 김밥집 주인 김치국씨. 극단 연우무대가 치국을 둘러싼 좌충우돌을 그린 ‘김치국씨 환장하다’를 오늘에 맞게 개작, 공연한다.

연우무대 '김치국씨 환장하다'

6·25 직후 홀홀단신 삼팔선을 넘어 와 갖은 고생 끝에 김밥집을 차려 자수 성가한 김치국씨. 자신이 평생 모은 18억을 대한적십자사의 ‘북한에 쌀 보내기 운동 성금’으로 기탁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돈을 보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기사가 나가게 됐는지 연유를 알 수 없다. 기다렸다는 듯 그를 국민의 영웅으로 떠받드는 TV에, 국민의 의식을 교란하기 위해 북한이 남파했다는 정치권의 의혹까지 중첩돼 그는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다.

현재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절묘하게 등장시켜, 통일 문제를 바로 옆 이웃의 이야기로 잡아 당겼다.

통일이란 보통 사람의 일상에서, 보통 사람의 돈지갑에서 어떤 의미를 띠는가? 언론은, 당국은, 이웃들은 이 시대적 관심사의 촛점으로 떠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할까?

영원한 정치 한량 김철식의 삶을 그린 ‘대한민국 김철식’, 비무장 지대에서 남북한 사람들이 벌이는 포복절도의 해프닝 ‘통일 익스프레스’,

통일 분위기에 들떠

김치국부터 마시는 사회

폭소극으로 그려내

깡패 같은 정치판의 세계를 풍자한 ‘돼지비계’ 등 최근 연극판 이곳저곳에서는 통일문제가 주요 소재로 떠올랐던 터. 그러나 여기서는 통일이 일상으로 들어 온다.

실향민이란 원죄 아닌 원죄, 다른 이념을 가진 두 국가가 통일한다는 것, 매스컴에 의해 난도질당하는 한 인간의 진실 등 우리 시대 분단 모순은 어떤 식으로 변주되고 있는 지가 폭소 속에 그려진다.

1998년에 초연됐던 작품이다. 이번에는 남북 정상 회담은 물론 최근 장안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린다김을 난다김으로 변형시키고, 극중 이동통신 018의 CF를 차용하는 등 동시대 이슈와 이미지들을 발빠르게 끌어들였다.

마지막, 김치국이 어머니께 목놓아 외치는 소리는 단지 일개인의 것만은 아니다. “나 오마니 등에 업고 전국 명산 유람 가는 거이 소원임매. 백두산, 묘향산, 구월산, 칠보산, 금강산 일만이천봉!” 이 극은 통일 분위기에 달떠 김치국부터 마시기 좋아하는 이 사회의 단면도이다.

통일 문제라는 시대적 관심사를 통해 본 우리의 왜곡된 자화상이기도 하다.

장소현 작, 최용훈 연출. 강신일 김내하 박남희 등 극단 연우무대의 간판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17일-7월 23일까지 연우소극장. 화-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월 쉼. (02)762-001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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