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은 진짜 프랑스오픈이었다.”이변의 코트 롤랑가로에서 2주동안 열린 2000 프랑스오픈은 초반부터 세계 톱랭커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시는 이변을 연출했다.여자단식서 마리 피에르스가 고국 프랑스에 33년만에 우승컵을 안기며 파리를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지만 일부에서는 세계대회가 안방잔치로 머문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나온다.
1만5000여 팬은 철저히 프랑스선수들을 응원해 배타적인 면을 드러냈다. ‘스위스 소녀’마르티나 힝기스(세계랭킹 1위)와 콘치타 마르티네스(스페인)는 한수 아래로 평가받던 홈코트의 피에르스에게 맥없이 주저앉았다.
또 1997년 약관의 나이로 최하랭커 남자단식 우승자가 돼 ‘구가(Guga)’라는 애칭을 얻은 구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도 호의적인 응원덕이 아니었더라면 마그누스 노르만(스웨덴)을 꺾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죽하면 노르만은 3시간넘게 진행된 경기가 끝난 후 “나는 유럽인이고 쿠에르텐은 남미출신인데 왜 내가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짜증을 냈다.
이런 분위기는 주니어부경기에서도 여전했다. 남자부에선 폴 앙리 마티유가 스페인선수에 2-1로 뒤집기에 성공해 우승컵을 안았고 여자부서도 비르지니 라자노가 아르헨티나 선수를 2-1로 물리쳐 텃새의 위력을 발휘했다.
프랑스가 단식 4종목중 3개를 쓸어담은 것은 53년 이후 처음이다. 성적으로 보면 테니스계에 프랑스전성시대가 오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도 할법하지만 아직까지는 냉담한 반응이 많다. 프랑스선수들이 이런 의혹을 뿌리치고 올 윔블던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