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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헤라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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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헤라클레스

입력
2000.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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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용로씨-헬스클럽운영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운동을 가르친다.

서울 강남구 영동사거리에 위치한 헬스클럽 ‘파워짐’을 찾은 사람들은 두번 놀란다. 관장 이용로(李容魯·36)씨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그의 상체가 육체미 선수처럼 우람하다는 사실에 또 놀란다. 이씨는 “처음엔 놀라지만 나중엔 제가 가르치면 더 좋아한다”고 웃었다.

이씨가 장애인이 된 것은 1990년. 육체미 선수였던 그는 미스터코리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원주에서 야외촬영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 꼬박 2년을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창틀에 올라설 수 있는 힘을 길러 자살하겠다는 생각으로 물리치료실을 찾았다가 이를 악물고 선천적 장애와 싸우는 아동들을 만나면서 재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장애인으로 마주치는 세상은 온통 문턱과 계단투성이였다. 무엇을 하며 살 지도 막막했다. 자신있는 것은 운동이라서 휠체어 테니스를 시작했다. 1997년엔 장애인들을 위한 체육활동을 돕기위해 용인대 특수체육학과에 입학했다. 기본적인 체력이 좋아서인지 휠체어 테니스에서 곧 두각을 나타내 1998년 히로시마 피스컵에서 금메달, 1999년 장애인 아시안게임 단·복식에서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정부로부터 대통령표창을 받았으나 장애인 체육정책에 대한 항의 표시로 시상식에 불참하고 테니스도 그만 두었다. “장애인은 세계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도 정부 보조도 없고, 생계를 보장받으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그는 정부를 비판했다.

그래서 그는 생계도 해결하고 봉사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올 3월 전세금을 털어 헬스클럽을 열었다. 이 곳은 장애인과 61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무료로 개방된다. 지난 달에는 ‘휠체어의 헤라클레스, 세상을 들다’라는 책도 냈다. 지금 이곳에는 노인 여섯 명과 장애인 다섯 명이 운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에 리프트나 승강기가 없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한 명도 없다”며 그는 아쉬워 했다.

“장애인들이 움직임이 불편하다고 운동을 안하면 여러 합병증세로 고생하게 된다. 장애인들의 운동을 장애인이 도울 수 있도록 많은 장애인들이 헬스클럽에 나와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씨는 수익이 모이면 승강기가 있는 건물로 헬스클럽을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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