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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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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입력
2000.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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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황제 폼페이우스가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하던 줄리어스 시저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루비콘강을 건너는 결단을 내려 로마의 역사를 바꿨다. 이미 수천년전에 시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반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역사적 사실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전자정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흔히 전자정부라고 하면 전자결재 시스템, 공문서의 이메일 전송, 이메일을 통한 업무처리 및 보고 등을 연상한다. 그러나 전자정부는 공무원들의 업무를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해 간편하게 처리하고자 하는 것만은 아니다.

금융권의 전자은행 서비스개념에서 출발한 전자정부의 목표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국민고객만족”이다. 마치 은행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쉽고 편한 전자은행 서비스를 추구하는 것처럼 정부도 고객인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전자정부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보화 시대를 이끄는 전자정부 모형은 기존의 행정모형과는 이념적 패러다임을 달리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의 전자정부 모형이 과거의 정부조직과 가장 다른 점은 권위주의 탈피이다. 예를 들어 민원이 발생할 경우 기존 정부체제에서는 민원이 접수되면 서류철속에 파묻혀 차례를 기다리다가 묵살되기 일쑤지만 전자정부에서는 이메일로 접수된 민원을 공무원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해결하게 된다. 일방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식의 민원해결이 아니라 민원인이 잘 모르는 부분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함으로써 합의점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민원을 해결하게 된다.

전자정부의 다른 점은 정보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전자정부에서는 행정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귀동냥하느라고 여기저기 기웃거릴 필요가 없다. 오히려 공개해야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기관과 공무원이 처벌받는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 전자정부의 또다른 점은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이다. 전자정부가 실현되면 정부정책에 대해 자유로운 찬반논란을 벌일 수 있고 새로운 제안이나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정책에 어떻게 반영됐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전자정부는 옛날처럼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오히려 국민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미리 준비하고 국가적 비전을 완성시키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두뇌가 돼야 한다.

전자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행정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 작업을 과거처럼 특정 정부부처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보다는 대통령 직속기구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전자정부안에 대해 정보공개에 따른 프라이버시 혹은 국기기밀누출의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전자정부의 구성원리는 기본적으로는 정보와 관련해 가칭 ‘부정경쟁 방지법’ ‘정보독점 방지법’ ‘지적 재산권법’ 등 제정 혹은 개정으로 전자정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전자정부는 행정업무가 ‘국민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의 일환이라는 행정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서만 성공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여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도 기존의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행정패러다임에서의 전자정부는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라도 미래의 전자정부는 고객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음으로 행정패러다임을 바꾸는 용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희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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