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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회담에 거는 각계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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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회담에 거는 각계의 바람

입력
2000.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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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중(44·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분단 52년만에 열리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현 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북 포용정책의 개가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남북경제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남북의 긴장 완화 및 상호 신뢰에 촉매제 역할을 수행해온 재계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말하자면 정부와 재계의 합작품인 셈이다.

이 정상회담은 결과에 따라 한반도뿐만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만남이다.

재계 입장에서는 경협 분야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한계를 느끼고 있던 제도 및 사회간접자본 등의 환경 개선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경제분야의 환경 개선은 우리 기업들은 물론 국제적인 기업들의 대북 투자 확대를 유발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 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국제사회로의 개방, 남북 상호 신뢰증진, 평화분위기 정착,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 제고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같은 결실들은 명실공히 한반도가 동아시아의 경제중심지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 김응용(59·프로야구 해태타이거스감독)

1.4후퇴때 고향을 등지고 남한으로 내려온 이후 한순간도 고향의 어머니와 형제를 잊어본 적이 없다. 남북 해빙무드가 일 때마다 가슴이 설레였다. 하지만 가족 상봉이 될 듯 말듯하며 이산가족의 마음을 태웠던 적이 어디 한두번인가. 더이상 기대를 하지말자고 다짐했던 적은 또 어디 한두번이었나.

기대와 허탈감이 반복되는 가운데 벌써 50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는 사이 함께 월남한 아버지는 2년전 눈을 감으셨다. 고향인 평안남도 평원군 금산면 송양리 대천부락에 남겨두고 온 어머니와 누님, 형님, 여동생들의 생사를 끝내 확인하지 못한 채 한많은 생을 마감했다. 비단 나만이겠는가. 모든 이산가족들의 가슴에는 이미 못이 박히고 응어리가 맺혔다. 세상천지에 어떻게 50년동안 편지 한장 주고 받지 못할 수 있는가.

남·북경제협력도 좋고 교류도 좋다. 하지만 이산가족들의 50년 한을 풀어주는 것이 우선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다시 한번 허탈해질 각오를 하고 이산가족 상봉의 대타협이 두 정상간에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대한다.

▲이성만(62·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 총무부장)

천만 이산가족의 가장 큰 소망은 남과 북에 흩어져 있는 혈육의 생사를 확인하고 죽기 전에 단 한번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최소한 ‘자유로운 서신왕래’와 ‘이산가족 상봉소 설치’ 정도는 꼭 합의하기를 바란다.

다른 어떤 사안보다도 이산가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남북이 공통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분단 이후 처음 남과 북의 최고책임자가 만나는 자리이니만큼 한술에 배부를 리 없겠지만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생사확인부터 하나씩 합의해 나갔으면 좋겠다.

이북도민회에서도 이미 400여만명의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의 인적사항을 기록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았다. 북한측도 필요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준비는 거의 된 셈이다.

지금도 생사 확인은 물론 가끔씩 제3국에서 비공식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대다수 실향민과 이산가족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대중적 만남, 우리 한반도 땅에서의 만남이 합의되고 실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허민(23·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간 문화교류의 봇물이 터지길 바란다. 그동안 남북간의 교류는 체육 오락 연예 등 특정된 분야가 주종을 이뤘다. 이로 인해 양국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남북의 학생, 교수들을 상호방문케 해 교차 연구·교육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예술인, 학자들이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해 북의 카운터 파트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역사분야의 교류가 요청된다. 남북 대치상황이 낳은 여러 비극중 하나는 북한 지역의 역사를 소홀히 해 ‘절름발이 역사’를 만들어 왔다.

남북 역사학자들간의 상호 유적 방문, 학술회의 등이 원활히 개최된다면 한쪽으로 기울어 지지 않은 한국의 역사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방북의 벽을 낮춰야 한다. 문화교류를 위한 방북, 방남(訪南)에 대해서는 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 특히 상호간 왜곡된 적대감이 적은 학생들의 체육 문화 연구 관련 남북교류에 대해서는 관대한 정책이 필요하다.

▲박건영(43·가톨릭대 국제대학원장)

남북 정상회담에서 먼저 불신해소를 기대한다. 이번 회담으로 양 체제간 불신이 해소되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개인적 차원에서도 상당한 신뢰가 구축되길 기대한다. 또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데 회담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겁고 어려운 현안을 단기간에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지양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남북이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 상호의존 관계를 심화시켜야 한다. 경제 등 각 분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북측도 남측의 협력이 경제 재건의 핵심요소라는 점을 잘 알고 있어 기대해 볼만하다.

또 한반도 문제를 당사자인 남북한이 직접 해결한다는 자세로 정상회담을 진행해야 하며 미군철수 문제 등은 가급적 우회해야 한다.

▲이항구(67·통일연구회장)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모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수 없는 사안은 없다. 핵, 미사일 등 예민한 문제도 다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전쟁방지를 위한 정상간 핫라인 설치 등 신뢰 구축방안을 자연스럽게 논의해야 한다. 이밖에 남북간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철도 연계와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민족대단결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남측은 7·4남북공동성명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언급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경제 협력논의에서는 북한에 대한‘지원’을 부각해서는 안되며, 북측이 분쟁지역화하려는 북방한계선 문제는 가급적 언급되지 않았으면 한다.

▲강석희(66·작곡가)

나는 동·서 베를린의 장벽이 무너지던 날 베를린에서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가 장벽 앞에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를 연주하던 모습을 보았다. 부럽기 짝이 없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요즘 나는 남과 북이 만나는 방법에 여러 의문을 느낀다. 남북의 예술 교환이 꼭 어린이들의 재롱과 곡예이어야만 하는가. 현대 예술의 교환은 불가능한 것인가.

북한에는 윤이상 음악연구소와 오케스트라가 오래 전에 만들어졌다. 그 오케스트라로 전 세계 연주여행을 하고 있으며 윤이상의 현대음악 작품을 암보로 연주하고 있다고 한다. 남북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현대 예술을 교환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남북 오케스트라가 서울과 평양에서 서로의 현대 작품을 공연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지은희(53·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한번의 만남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남북기본 합의서의 원칙을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남북대화는 상호주의 원칙보다 인도주의적 원칙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 분단체제에서의 개인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이산가족문제, 재난구조 등이 시급한 과제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정상회담 이후 이어질 남북교류에 대해서도 여성계의 일원으로 바라는 바가 많다. 여성은 사회·문화통합의 주체이기 때문에 남북간 교류에서 여성의 참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여성교류를 통해 교육 가족제도 사회복지 등의 간격을 좁혀야 통일 후의 사회갈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방북단 구성, 심지어 기자단 구성에서도 여성 대표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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