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이용한 이른바 사이버 대국이 일반화됨에 따라 프로 기전에서도 사이버 대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한국기원 소속 프로 기사 가운데 지방에 상주하고 있는 이른바 지방기사들은 최근 “국내에서 개최되는 모든 공식 기전 대국을 인터넷을 통해 둘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한국기원에 제출했다.건의서에 따르면 현재 지방기사들은 대국 한판을 두기 위해 최소한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에 올라와야 하기때문에 숙박비 교통비 등을 포함, 엄청난 시간과 경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만일 사이버 대국 방식으로 전환하다면 시간과 경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고 바둑팬들에게 모든 대국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할 수 있어서 바둑붐 조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로 기전의 사이버화에 대해서는 최근 바둑계가 인터넷 사업에 본격 진출하면서부터 상당히 심도있게 논의되어 온 바 있다. 사실 지금까지 바둑팬들은 대국 현장에서 너무 소외되어 있었다. 이승엽의 홈런포를 보려면 야구장에 가면 되지만 이창호의 묘수를 대하는 방법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이버 대국은 이같은 어려움을 한순간에 해결해 줄 수 있다. 누구나 편한 시간에 자유롭게 접속, 대국을 관전할 수 있으며 해설자의 상세한 해설은 물론 관전자들끼리 의견 교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 첫 사이버 대국은 이미 지난 4월 26일에 두어졌었다. 광주에 거주하고 있는 오규철 7단과 서울의 박영찬 2단이 인터넷을 통해 국수전 2차 예선 대국을 치른 것. 오래 전부터 사이버 대국을 강력히 주장해온 오규철 7단은 “대국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앞으로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를 맞아 모든 기전의 사이버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영찬 2단은 “평소 사이버 대국에 익숙치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어색했다. 자주 두고 싶지는 않다”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당시 대국은 오7단이 이겼는데 다음 대국 상대자인 K4단은 직접 대국을 요구, 결국 두 번째 사이버 대국은 무산됐다.
한편 한국기원측은 아직 확실한 방침을 결정하지 못한 입장. 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프로 기사들이 사이버 대국 방식에 익숙하지 않고 현재 운용되고 있는 사이버 기원 시스팀이 아마추어 대국용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프로기전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제한시간이나 초읽기 등에서 약간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통신 장애나 제3자에 의한 훈수 가능성등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된 다음에야 본격 시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일단 잠정적인 조치로 대국 당사자들이 사이버 대국에 합의할 경우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바둑평론가 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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