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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옛애인 재진술 사형면한 살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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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옛애인 재진술 사형면한 살인범

입력
2000.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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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5일 새벽. 박모(28)씨는 옛 애인 신모(25·여)씨의 집에 찾아가 신씨와 함께 자고 있던 새 남자친구 조모(30)씨를 흉기로 살해했다.검찰은 두차례 성폭행당했다는 신씨의 주장에 따라 살인에다 강간혐의를 추가해 박씨를 기소했다. 박씨는 수사과정에서 줄곧 “절대로 강간만은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으나 ‘피해자’의 명확한 진술이 있는 만큼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 옆에서 버젓이 성폭행까지 한 극악한 죄질에 비춰 검찰의 사형구형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박씨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희태·金熙泰 부장판사)는 신씨의 진술 가운데 몇가지 석연치 않은 대목에 주목했다. 생사를 가르는 사안이라고 판단한 재판부는 지난달 19일로 예정됐던 선고공판조차 미룬 채 신씨와 신씨 어머니를 다시 불렀다.

“남자친구가 죽고 그 옆에서 강간까지 당했는데도 잠들 수 있습니까.” “박씨가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했다는 것이 정말 맞습니까. 흉기는 조씨의 등에 계속 꽂혀 있었는데.”

무거운 침묵이 흐른 뒤 신씨는 마침내 고개를 떨궜다. “사실은 옆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지도 모고 계속 잠만 잤는데 자칫 공범으로 몰릴까봐 거짓말을 했어요.” 신씨 어머니도 “딸이 조사를 받고 난 후 줄곧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죄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 2일 선고공판에서 박씨에게 살인죄만을 적용,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에게 사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재판부의 말에 마음 약해진 신씨가 말을 바꾼 것”이라며 곧바로 항소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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