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준농림지 건폐율과 용적률이 40%와 80%로 낮아진다고 한다. 건설교통부는 수도권의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오는 8월부터 준농림지 건축행위 규제를 이렇게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준농림지 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 국토이용관리법을 개정할 때까지의 과도기적 조치라는 것이다.그렇다면 이제 수도권의 난개발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가. 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우선 건축규제가 왜 그렇게 후퇴했느냐는 의문이 앞선다. 지난 5월 국토 난개발이 문제가 됐을 때 정부는 준농림지 제도 폐지를 선언하고, 관련법 개정 때까지 건폐율을 20~40%, 용적률은 60-80%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뒤 준농림지 토지 소유자와 주택건설 업자들의 반발이 표면화하면서 규제가 누그러지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더니, 과연 상한선을 택해 규제 의지를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이번 발표를 보고 지금도 준농림지 건축규제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어떻게 그런 난개발이 가능했느냐는 의문이 생겼다. 현재의 준농림지 건축규정은 건폐율 60%, 용적률 100%다. 건폐율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바닥면적 비율이다. 100평 땅에 바닥면적 60평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뜻이다. 용적률은 대지면적당 건물 연면적의 비율이니, 100평 땅에 연면적 100평을 넘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규정이다.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지금 수도권 산야를 잠식한 고층아파트들이 어떻게 허가를 얻었겠는가.
건폐율과 용적률을 조금 강화했다고 해서 난개발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믿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관련법에는 여러가지 단서조항이 있어 얼마든지 고층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국토이용관리법 시행령에는 일정면적 이상의 토지를 취득하면 ‘준도시화 지역’ 혜택을 받아 용적률을 200%까지 늘려 20층짜리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또 준도시 취락지구나 도시계획법 적용을 받는 준농림지는 이번 건축규제 강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무리 규제를 엄하게 해도 이런 예외가 존재하는 한 실효를 기대할 수 없다.
택지공급을 명분으로 과거정부가 도입한 준농림지 제도는 7년동안 수도권과 전국 중요도시 인접지역을 아파트 사막으로 만들었고, 시골 읍면지역까지 고층아파트 유행병을 전염시켰다. 택지공급 같은 문제는 중앙정부 차원의 기획과 종합적인 국토 이용계획에 따를 일이지, 세수증대에 눈이 먼 지자체에 맡길 일이 아니다. 나쁜 제도를 뜯어 고치는 일에 업자와 지주들의 눈치를 보다가는 국토의 병은 돌이킬 수 없이 깊어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