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후보인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 재임중 처형된 사형수들중 수십명이 잘못된 재판을 받고 형이 언도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과도한 사형집행으로 이미 사형폐지론자들의 표적이 된 부시의 대선 가도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전망이다.부시가 주지사가 된 1995년 이후 텍사스주에서 집행된 사형은 총 131건. 시카고 트리뷴은 11일 이중 구형단계에서 변호인이 증거를 제출하지 않거나 단 한 명의 증인만을 내세우는 등 변론이 부실한 경우가 40건에 달하는 등 절반 이상의 재판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변호인이 비행을 저질러 재판을 전후해 제재를 받거나, 증거 능력이 미약한 교도소 동료의 증언을 재판의 주요 증거로 삼거나, 신뢰도가 아직 미약한 머리카락 분석에 근거하는 등 5가지 유형별로 잘못된 재판의 사례를 들어가며 부시의 사형 집행 결정으로 이어진 재판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부시 재임 5년동안 텍사스주는 사형 빈도가 다른 주에 비해 높은데다, 사형수의 형 집행을 유예하고 재조사를 청구할 수 있는 주지사의 권한을 사용하지 않아 그의 선거 모토인 ‘자비로운 보수주의자’에 걸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부시는 지난 1일에야 처음으로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한 사형수에게 이 권한을 처음으로 사용, 형 집행을 30일간 유예시켰다.
뉴욕 콜럼비아대 로스쿨은 이날 지난 30년동안 미국에서 집행된 4,600여건의 사형중 70%가 재판과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주도한 사형폐지론자 제임스 라이브맨 교수는 “사형을 언도한 재판 100건중 68건꼴로 증거 은폐, 재판관의 오류, 배심원의 편견 등 중대한 오류가 발견됐다”면서 “미국의 사형제도는 그 자신의 오류때문에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에서 텍사스주의 사형 판결의 오류는 52%로 캘리포니아의 87%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으며, 버지니아주가 18%로 가장 낮았다.
미국의학협회는 이날 개막한 연례총회에서 DNA분석의 증거능력 등 논란이 있는 쟁점들이 해결될 때까지 전국적으로 사형 집행을 유예토록 전국주지사협회에 건의하는 결의안 채택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부시 주지사는 이날 언론보도에 대해 “텍사스주의 법정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회가 보장돼 있으며, 모든 재판에서 죄있는 사람과 죄없는 사람을 적절히 구별해왔다고 믿는다”면서 사형제도를 옹호하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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