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서정인(64·전북대 영문과 교수·사진)씨가 르네상스 시대를 통해 오늘의 문제를 되비치는 연작소설을 끝냈다.그가 단행본으로 출판한 ‘말뚝’(작가정신 발행)은 제1회 김동리문학상 수상작인 ‘베네치아에서 만난 사람’에서 이어져 ‘사팔뜨기’ ‘거푸집’ ‘용병대장’등 그간 문예지에 발표해온 르네상스 탐문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말뚝’은 14,5세기 문예부흥 시대의 이탈리아가 배경이다. 수사(修士) 지롤라모 사보나롤라의 처형을 앞두고 당대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 거사를 모의하는 과정이 줄거리이다.
수사는 당시 부패한 승(僧)과 속(俗) 양쪽을 개혁하려 정의로운 실천의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종교심판에 걸려 말뚝에서 화형당하고 만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 구조를 통해 르네상스 시대의 타락상이 오늘 우리의 현실과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통렬한 사회비판이다.
“지금 세상에 메디치파 미친개파가 무엇이고, 고전파 공화파가 어디 있고, 통곡파 통합파가 어떻게 다르오” “사람들의 생각이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그들의 주장이 속과 겉이 딴판이오. 이런 판국에 어떤 사람이 어떤 파라고 생각하고 말을 할 수 있소.”
작가는 르네상스 시대를 통해 거꾸로 오늘 ‘진실의 르네상스’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서씨 특유의 구어체 사용,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무엇이 역사적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작품을 사실적으로 만들고 있다. ‘게으른 독자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한 평자의 서씨의 작품에 대한 평처럼 ‘말뚝’도 새로운 소설적 언어와 스타일로 사회비판은 물론 문학예술의 존재의의까지 탐문하고 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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