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가 잇따라 선제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시장수호자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 주목된다.전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비감한 어조로 “중앙은행으로서 1997년말 외환위기를 사전에 막지 못했던 것에 대해 정부와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고 이례적인 화두를 꺼낸 뒤 “하반기 경제를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라 진단했다.
8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잠깐 언급한 대목을 공식 거론한 것이다.
그는 특히 “최근 환율하락 등으로 인한 일시적 물가안정에 자만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는 것은 위험하다”며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물가를 낮은 수준에서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총수요관리를 통해 경기상승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물가 불안’과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에 직접 대처할 뜻을 반공개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그동안 말을 아끼던 전총재가 뭔가 ‘작심’한 듯 잇따라 예방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공개 언급한 것과 관련, 금융계는 “물가와 경상수지 흑자폭에 대해 애써 낙관론을 펴며 상반기 정책기조를 하반기에도 끌고 가려는 정부 부처에 대한 사전경고이자 ‘이제부터 한은이 본연의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전총재는 구조조정 지연과 금융시장 경색이라는 두 과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신용불안에 따른 금융시장의 경색은 유동성 공급 확대등 통화정책만으로 해소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