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성장과정이나 가치관 등만 본다면 거의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꼼꼼한 업무스타일, 정보통신·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관심, 다독·다작 등 한 풀만 벗겨보면 공통분모도 여럿있다.두사람 모두 공식적으로는 98년 제1인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과정은 정반대였다. 김대통령은 오랜 야당생활중 80년 내란음모혐의로 사형선고까지 받는 등 투옥과 연금으로 점철된 모진 시련을 겪었다. 이와 달리 김국방위원장은 아버지 김일성의 후광을 업고 불과 30세를 갓 넘겨서부터 제2인자로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성격도 많이 다르다. 김대통령이 논리적이고 차분한 편이라면 김위원장은 고집이 센 반면 추진력이 돋보인다. 대화 스타일도 김대통령이 분명한 주관으로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해가는 쪽이라면 김위원장은 속사포처럼 빠른 말투로 상대방에게 반박할 여지를 주지않고 대화를 끌어가는 식이다.
김대통령은 대화의 양념격인 농담을 즐기는 편이지만 토론을 즐긴다. 때문에 김대통령과 대화하는 사람은 웬만큼 준비하지 않고서는 압도당하기 십상이다. 김위원장은 ‘황태자’로 자란 탓인지 자기 말이 많고 반론을 싫어한다고 한다. 하지만 의외로 상대방의 의견을 전격 수용하는 호방함도 있다는 게 그를 만난 이들의 평가이다.
일에 대한 욕심은 두 사람이 한결같다. 두 사람 모두 철저한 사전준비로 업무를 장악, 끊임없이 지시하고 챙기는 스타일이다. 자존심이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업무를 챙기는 데서 그대로 나타나는 셈이다.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도 일치된다. 김위원장은 정치적 경력을 혁명가극이나 영화제작 등 문화 예술분야에서 시작했으며 영화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김대통령도 영화·연극 등 관심이 각별하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독서와 화초가꾸기 등 차분한 취미생활을 즐기는데 비해 김위원장은 승마 사격 등 귀족 스포츠를 즐기며 술 담배도 고가외제를 선호한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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