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동일 재판부가 1998년 만도기계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각기 다른 피고인에게 유·무죄로 엇갈린 판결을 내린 사실이 12일 밝혀졌다.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용훈·李容勳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만도기계 파업을 주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만도기계 노조 아산지부장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조합원 총회를 거쳐 파업을 한 만큼 이는 노동조합 내부 의사형성 과정상 결함에 지나지 않는다”며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쟁의행위 찬반 투표 규정은 노조 내부의 민주적 운영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조합원의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확보된 경우에는 찬반 투표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쟁의행위의 절차가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재판부인 대법원 형사2부(주심 조무제·趙武濟대법관)는 3월10일 만도기계 노조 조직국장 황모(3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죄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 보냈다.
당시 재판부는 “납득할 만한 사정이 없는 한 투표를 거치지 않은 파업은 위법이다”며 “더욱이 선봉대 규찰대 등을 조직, 이탈자를 색출하면서 사업장 출입을 통제하는 등 물리적 강제력을 동원, 쟁의행위의 수단과 방법에 있어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났다”며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 관계가 다를 뿐 법리적으로 엇갈리는 것은 아니다”며 “두 사람의 노동조합에서 지위와 황씨가 관여하는 전체 사업장과 김씨가 관여하는 아산지부에서의 물리적 강제력 동원 정도에 차이가 나는 만큼 쟁위 행위의 정당성 판단도 각기 달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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