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염병해충 특성·박멸요령날씨가 무더워지면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세균성 이질 등 각종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최근 전국에 일본뇌염 주의보를 내리고 예방접종과 모기 서식지 제거를 당부하기도 했다.
전염병의 주요 감염원은 모기, 파리 등의 해충. 미국 레이드 해충연구소 존 하인즈 박사의 도움말로 여름에 전염병을 옮기는 해충의 특성과 박멸요령을 알아본다.
■모기
섭씨 27도, 습도 70-80%가 최적의 번식 조건. 흡혈(吸血) 해충이어서 이미지가 나쁘지만, 시궁창 등 더러운 곳에서만 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파리와는 달리 비교적 깨끗한 곤충에 속한다. 뇌염을 옮기는 작은 빨간집모기나 말라리아의 감염원인 중국얼룩날개모기는 깨끗한 늪이나 논에 알을 낳는다.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일수록 깨끗한 물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기는 시각보다 후각이 더 발달돼 있다. 후각이 피 사냥에 나서는 모기들의 안테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모기는 대기에 존재하는 0.03%의 탄산가스 중 30분의 1만 변화해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후각이 발달했다. 탄산가스나 아미노산 냄새는 15-20㎙ 밖에서도 맡을 수 있다고 한다.
모기는 사람들의 발 냄새를 좋아한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탄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사람들이 모기에 자주 물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모기에 의한 전염병을 막으려면 뇌염 예방접종을 미리 하는 게 좋다. 여름마다 삼일열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경기 북부지역의 농민과 군인들도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모기가 번식할 수 없도록 집 주위 웅덩이와 지저분한 장소도 깨끗이 정비해야 한다. 모기 살충제를 준비하는 것도 필수.
■파리
여름이면 상가, 주택, 아파트, 사무실 등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어 무심히 지나치기 쉽지만, 실은 그 어떤 곤충보다 불결하고 해롭다. 쓰레기통이나 화장실의 오물 등 온갖 더러운 것을 묻혀 갖고 들어와 실내에 마구 털어놓는다. 이질이나 장티푸스균 같은 유행성 병균을 옮기는 주범이기도 하다.
파리는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특히 술이나 우유, 젖과 같은 음식을 좋아한다. 사람의 분비물이나 배설물, 동물의 시체도 먹는다. 앞발 끝에 맛감각을 느끼는 기관이 있어 사람의 혀와 같은 기능을 한다. 파리가 앞발을 자주 비비는 것은 맛을 보기 위해 앞발의 청결을 유지하는 동작이다.
파리의 유충인 구더기는 주로 화장실(특히 재래식)에서 서식한다. 따라서 유충이 번식할 수 없도록 화장실의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집파리는 쓰레기 속에 알을 낳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으로 살충제를 뿌려줘야 한다.
■바퀴벌레
세계적으로 4,000여종이 있으며 대부분 열대지방에서 서식한다. 국내에는 수입 물품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 활동이 가장 왕성하다. 바퀴벌레는 몸체가 단단해 쉽게 죽지 않고, 죽은 줄 알고 놓아두면 다시 도망가는 등 생존력이 매우 강하다. 음식찌꺼기는 물론 종이, 비누, 피, 잠든 사람의 손톱까지 먹는다. 문제는 먹이를 먹은 뒤 그 위에 변을 남겨 온갖 질병을 퍼뜨린다는 점.
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소아마비, 유행성 간염, 결핵, 디프테리아 등 수십 여종의 전염병을 퍼뜨린다. 식중독을 유발하고 잠든 사람을 물어 피부병도 일으킨다. 바퀴벌레를 퇴치하려면 음식을 먹고 난 다음 깨끗이 밀봉해야 한다.
슈퍼마켓에서 가져온 봉지나 계란상자 등에 바퀴벌레 알이 묻어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바퀴벌레는 어둡고 습한 장소를 좋아하므로 부엌, 화장실, 지하실 등의 청소를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싱크대 밑, 냉장고 뒤, 쓰레기통 주변, 찬장 등은 수시로 점검하자. 바퀴벌레가 선호하는 장소나 이동 통로에 미끼식 살충제를 설치하면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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