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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은 50돌, 언제 홀로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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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은 50돌, 언제 홀로서나

입력
2000.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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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오늘(6월 12일)로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근대적 의미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중앙발권은행은 1909년 설립된 조선은행이나, 이는 일본의 강제협약에 의해 세워졌던 것으로 해방과 함께 없어졌다. 지금의 한국은행이 설립된 것은 한국전 발발 직전인 1950년 6월12일로, 반세기 전인 이날 비로소 명실상부한 민족독립국가의 중앙은행이 태어난 것이다.돌이켜 보면 한국은행의 지난 반세기는 우리 경제와 궤적을 같이하는 영광과 고난과 질곡으로 점철된 풍운의 역사였다. 앞뒤 가리지 않고 고속 질주한 개발연대에는 통화와 물가안정이라는 경제 안전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한강의 기적’을 창조하는데 중요한 일익을 담당했다. 그러나 이같은 영광의 뒤안에 오욕의 그림자를 남긴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한은의 발자취다. 정치논리를 배격하고 금융과 시장의 건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마지막까지 고고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참된 자세라고 할 때, 한은은 여러 모로 부족함이 많았다.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왜곡된 금융배분 관행과 90년대 개방물결 속에서 기업 및 금융권의 모럴해저드가 빚어낸 97년의 환란 발발이 그 대표적 예다.

지난 50년 역사의 공과를 뼈저린 교훈삼아 한은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그 지향점을 ‘홀로서기’에 두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없다. 50년간 7차례에 걸친 한은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에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어야 하는 한은의 현주소가 안타깝다. 가까이는 지난 98년 한은법이 다시 개정돼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은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불안하다. 얼마 전 한은의 자체 보고서에서도 지적됐다시피, 한은의 금리정책은 선진국 중앙은행들과 달리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아주 미미하다. 이것은 바로 한은에 대한 우리 시장의 불신을 방증하는 것이며 그 원인은 한은이 아직도 정치와 정부로부터 완전하게 독립하지 못한 탓이다. 법과 제도적 한계를 따지기 앞서 한은 스스로가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얼마나 용기를 내봤는지 반성해야 마땅하다.

정부와 정치권도 한은의 위상 제고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말로는 한은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외치면서 실제로는 금리정책 등에 공공연히 간섭하고 입김을 불어넣는 표리부동한 행태를 버리지 않는 한 한은의 독립은 요원하다. 미 연방준비위원회(FRB)의 독립성은 FRB 스스로의 대쪽같은 의지와 법제의 뒷받침, 사회적 컨센서스가 명실상부하게 합치되어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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