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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동선' 노출 강력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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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동선' 노출 강력항의

입력
2000.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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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미리 가 있는 선발대가 북측으로부터 가장 많이 항의받는 대목이 우리 언론의 일정 및 행사장소 보도.특히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동선(動線)이 노출되는 보도에는 북측 항의가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이동 경로와 방문지 등에 대한 보도도 북측을 민감하게 하고 있다.

북측은 하루에도 몇번씩 선발대에 “왜 미합의 일정이 남측 언론에 보도되느냐” “일정을 비공개하기로 합의해 놓고 남측 당국이 슬슬 흘리는 것 아니냐”는 항의를 하고 있다. 직통전화나 전통문을 통한 직접적인 항의도 있었다.

선발대는 우리 언론이 대통령까지도 비판하는 상황을 제시하면서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북측은 “김대통령이 예술의 전당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남측 언론들이 사전에 언제 어느 경로로 간다고 보도한 적이 없지않느냐”며 납득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북한은 또 김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할 때 사전에 구체적인 장소, 일정 등을 보도하지 않는 우리 언론의 관행도 반박의 근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이번 방북일정 연기의 사유는 아니지만 북측의 체제를 해부하거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보도도 북측의 불만을 사고 있다.

얼마전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이 서울에서 공연할 때 한 신문에 ‘북한 지도부가 40대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기사가 나오자 공연중단 움직임이 있었고 ‘현충일날 북한교예단의 공연이 적절치 않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에는 북측으로부터 새벽 1시에 공연중단 훈령이 내려왔다가 취소된 적도 있다.

북측은 항의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우리 언론에 회담 일정이 더 구체적으로 보도되자 일정 협의에서 비협조적 자세를 취했다.

생중계하기로 합의됐던 행사 중 김대통령의 차량행렬을 무개차로 생중계하는 항목 등 일부에 대해 북측은 “기술적 문제로 생중계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 바탕에는 경호상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북측은 또 몇몇 행사에 대해서는 방송장비 지원에 난색을 표했으며 “정상회담과 만찬 등 주요 행사는 우리가 그림을 찍어 테이프로 주겠다”고까지 했다.

우리측은 “김대통령의 영상은 반드시 우리가 찍어야 한다”고 주장, 이를 관철시켰으나 아직까지도 몇몇 행사의 생중계 및 녹화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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