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평양방문이 북한측 요청으로 당초 12일에서 13일로 하루 연기됐다.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11일 “북측이 10일 저녁 늦게 긴급 전언통신문을 통해 ‘기술적 준비관계로 불가피하게 하루 늦춰 13일부터 15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김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토록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우리측은 주최측의 입장을 존중,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대변인은 “김대통령은 ‘55년을 기다렸는데 하루 더 못기다리겠느냐’며 일정 연기를 받아들였다”면서 “김대통령은 ‘관계자들이 잘 대처해 분단 55년만의 남북정상회담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대변인은 북측이 연기 요청 이유로 밝힌 ‘기술적 준비’에 대해 “순수한 행사준비 관계로 생각된다”면서 “이미 합의된 단독 정상회담 2번과 만찬 2번 등 주요 일정은 변함없으나 세부 일정에는 다소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북측의 일정 연기 요청이 이처럼 순수한 행사준비를 위한
‘기술적 관계’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북측이 경호 등 안전문제를 고려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일정 연기를 전술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특히 청와대가 그동안 언론에 방북일정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해왔고 일정 보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던 점으로 미루어 북측이 일정 공개에 따른 안전문제를 고려, 일정을 재조정하기 위해 연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외국정상 방문시 이를 사후에 발표해온 북한의 외교관행을 고려할 때 우리 언론이 회담 일정, 김대통령의 이동경로 등을 보도한 것이 일정 연기의 한 원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재규(朴在圭) 통일부장관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 회담 상황실에서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에게 정상회담 준비상황을 보고한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는 회담이 연기되는 경우 의제 등이 이유였기 때문에 결렬로 치달았지만 이번에는 100% 북측의 회담 준비 때문”이라며 “회담이 결렬될 가능성은 0.1%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의 연기 요청에는 김대통령의 안전문제까지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남북회담을 단순히 제3국 회담과 비교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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