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동네 쓰레기통을 뒤지고 다니는 대학교 학장이 있다. 목원대 사회과학대학 정만식(鄭萬植·62·무역학과)학장은 8년 전부터 매일 오전 3시30분이면 잠에서 깨어 골목에 버려진 옷과 장난감을 주워 모으고 있다. 정학장이 남들이 쓰다 버린 옷가지를 모으는 이유는 대전·충남의 복지시설에 가져다 주기 위해서이다.그는 주운 옷과 장난감 등을 깨끗이 빨고 닦아 복지시설에 전달하기 전에 받는 사람이 거부감을 가질까봐 반드시 자신이 먼저 사용한다. 그는 봉사활동 초기 모은 옷가지를 학교에 가져와 세탁한 뒤 교내 나무가지에 널었다가 동료 교수들로부터 “빨래를 집에서 하지 왜 학교에서 하느냐”는 오해도 샀으며 고물수집상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정학장의 봉사활동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몇 년 전부터는 제자들까지 주변에서 버려진 장난감 등을 보기만 하면 정학장의 사무실로 가져다 놓고 매학기 한 차례 그와 함께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도 펼치고있다.
처음에는 정학장이 주워 오는 잡다한 쓰레기를 뒤치다꺼리하느라 핀잔을 늘어 놓던 그의 아내(50)도 올해 목원대 사회복지학과에 학사편입해 본격적인 봉사활동가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 학장은 극구 자신을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낮추고 있다. 그는 “어릴적 해방 직후의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들이 굶고 헐벗을 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어머니에게 불평했고 그 때마다 어머니는 ‘다 너희들 잘되라고 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다”며 “나 역시 무의식중 어머니처럼 내 자식들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 봉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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