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협상이 다시 예측하기 힘든 안개 국면으로 빠져들었다.‘중동의 맹주’ 하페즈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사망은 국내적으로 30년만에 처음 권력 진공상태를 야기했다. 또 대외적으로 골란고원 반환을 둘러싼 이스라엘과의 협상의 표류가 불가피해 졌다. 둘다 중동정세에는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아들 바샤르의 권력승계가 거의 굳어진 상황이지만, 그가 복잡다단한 국내외 정치무대에서 아버지와 같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치명적 약점은 안과의사 출신으로서 군에 대한 배경이 전혀 없다는 점. 권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부가 바샤르의 세습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아버지의 쿠데타 집권 이전과 같은 권력암투가 반복될 수 있다.
아사드의 철권통치에 눌려 잠복해 있던 종교간 분쟁도 표면화할 가능성이 높다. 소수파인 시아파 이슬람교도인 아사드 일가에 대해 다수파인 수니파가 입지 회복을 시도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협상과 함께 중동 평화과정의 양대 축인 이스라엘_시리아 협상은 회담재개가 상당기간 어려울 전망이다.
이스라엘에 대해 극도의 적대감을 갖고 있는 이른바 ‘혁명 1세대’의 퇴장으로 회담에 보다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는 낙관론도 일부에선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난관에 봉착해 있는 중동 평화협상의 타개를 위해 어느때보다 아랍권을 대표하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아사드의 사망은 손실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탤코트 실리 전 시리아 주재 미 대사는 “아사드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협상에서 아랍권 내부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라고 평가하고 “그의 사망은 협상에 심각한 타격”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역시 시리아에 새 지도체제가 확립될 때까지 협상은 연기돼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바샤르 집권을 계기로 아랍권의 부자 권력세습도 다시 조명받는 부분이다. 지난해 2월 후세인 요르단 국왕 사망으로 시작된 부자세습에 시리아가 가세함으로써 ‘부자간 권력이양’은 아랍권의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사우디 아라비아 쿠웨이트 요르단 카타르 바레인 오만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왕정국가는 물론, 이라크 예멘 이집트 등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도 부자세습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美,이스라엘 중동평화협상 계속
미국과 이스라엘은 10일 하페즈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서거에도 불구하고 아사드 대통령의 후계자와 중동 평화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이날 미네소타주 출장 중 아사드 대통령의 사망 보고를 받고 “지난 3월 마지막 상면을 포함한 그동안 만남에서 아사드 대통령은 평화협상의 임무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아사드 사망에 조의를 표한 뒤 그의 후계자와 평화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스라엘은 총리실 명의로 낸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과거 시리아와 평화협정을 이루기 위해 일해왔으며 새로운 지도자가 누가 되든 간에 그같은 방향으로 계속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예루살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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