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선에서 싸우니 총후방어는 여러분이.."일제의 군국주의를 연상시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온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의 어록에 10일 또 하나의 복고풍 발언이 추가됐다.
모리총리는 10일 4월 총리 취임후 처음으로 고향이자 선거구인 이시카와(石川)현 가가(加賀)를 방문, “나는 전선(前線)에서 싸우고 있으니 ‘총후(銃後)의 방어’는 여러분이 잘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날 “또 다시 옛날 말을 쓰면 비난받을 것”이라면서도 “선거때면 흔히 우리는 ‘총후의 일’을 얘기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자 그대로 ‘총의 뒤’라는 뜻의 ‘총후’는 2차 대전 당시 후방인 일본 국내를 아시아·태평양의 ‘전선’과 대비해 불렀던 말이다. 일제는 남자들을 전선에 동원하는 대신 여자들에게는 국내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전쟁 지원에 나서도록 한 바 있다. 또 ‘총후의 방어’는 이런 비전투원의 군에 대한 협력·지원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모리총리의 이날 발언은 평소의 긴장이 풀어지면서 나왔다. ‘신의 나라’‘국체(國體)’등 잇딴 문제 발언으로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이시카와현에서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여 왔다. 돌출 발언을 우려, 자민당 후보들이 지원 연설 요청을 기피하는 바람에 휴일에 고향을 찾을 수 밖에 없었던 그를 고향의 유권자들은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이런 분위기에 그는 “고향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낀다”며 “총리가 된 후 괴로움이 거듭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자들만 없다면 더욱 즐거울 것”이라며 “만분의 일도 제대로 말할 수 없지만 기분만은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13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전국 유세에 나서야 하므로 선거운동 기간중 고향을 찾을 수 없다고 지지자들에게 이해를 구하면서 문제의 ‘총후’ 발언을 했다.
/도쿄
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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