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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목사 VS 석지명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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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목사 VS 석지명스님

입력
2000.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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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종교인은 1,642만명(1995년 통계청조사). 10명중 4명은 종교를 가진 종교대국이다.5일 동국대의 상징인 석가모니 입상을 훼손한 사건(6일자 29면 보도)이 일어나자 종교간의 갈등을 우려하며 화해와 상생의 길을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감리교 목사로 생명운동을 하며 불교 에세이를 번역하기도 했던 이현주 목사와 법주사 주지인 석지명 스님이 공주 동학사에서 만나 종교의 화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최근 동국대에서 일어난 훼불사건을 들으셨습니까.

▲이현주 = 사실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 대중매체를 안봐서 훼불사건은 어제서야 알게됐습니다.

▲지명 = 여러 스님들께 이 사건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다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져야 하는 지 안타까워하더군요.

- 왜 훼불사건이 일어났다고 보십니까

▲이현주 = 제가 볼 때는 무지의 결과라고 생각돼요.

▲지명 = 자기 종교에 맹목적으로 빠져있는 사람이죠. 얼마전에는 제주도에서 500부처님의 목을 다 잘라버린 일이 있었죠. 그런데 왜 모르는 걸까요.

▲이현주 = 가르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거구요. 주로 개신교쪽인데, 저도 개신교 목사지만.(웃음) 우리나라 개신교중 큰 교파는 거의 미국에서 왔지요.

유럽의 개신교 교파는 덜 배타적입니다. 교세도 크지 않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원래 인디언의 땅을 뺏어서 백인들이 자기 땅으로 만든 곳이지 않습니까.

자기 세력을 확장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돼서 그런지 배타적이고 전투적이고.

▲지명 = 성경에서 우상숭배를 하지 말라고 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

▲이현주 = 왜 예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생각해보면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명 = 불교적으로 해석한다면 우상은 자기에 빠져있는 것, 집착이죠.

외부 대상이 자기만을 위해서 모든 힘을 써줄 거라는 것입니다. 원시신앙이 자연에서 힘을 빌어 자기를 위하자는 물신적인 우상이잖아요.

정신적인 우상도 마찬가지구요. 자기 신이 자기만을 위할 거라는 생각이지요. 성경말씀도 그런 면에서 우상을 탈피하라는 것 아닌가요.

내가 하나님을 모시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말이지요. 산에 올라가는 길이 한 가지가 아니듯이 해탈에 이르는 길도 여러가지인데.

- 가는 길이 다를 뿐이지 모든 종교는 같다는 뜻입니까

▲지명 = 영원한 생명을 꿈꾸고 진리를 추구한다든가 하는 면에서는 같지. 구체적으로 하나님을 섬기느냐, 부처님을 모시느냐 하는 면에서는 다르겠지만.

- 그렇다면 종교 갈등이 존재하지 않을텐데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까.

▲지명 = 일단 진리가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쉬운데. 막상 어느 조직에 몸을 담게 되면 어렵지요.

처음에는 진리가 사람을 끄지만 나중에는 조직, 교단이 사람을 끈다는 말이 있잖아요. 진리를 섬기기보다는 나중에는 교단의 결정에 얽매이게 되지요.

종교 본래 목적보다는 인간이 사회적 정치적 동물이라는, 자기 울타리를 만드려고 하는 인간 심성이 그렇게 만드는 것같아요.

"처음엔 진리를 섬기다

나중엔 교단에 얽매여 진리의 길은 여러갈래"

▲이현주 = 그런게 있으니까 해탈하자는 거지요.(웃음) 종교는 ‘나를 깨자’는 건데 그렇게 하면 ‘나’를 세워야만 하는 거니까 문제지. 이번 사건에 대해 교계에서 반성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지명 = 불교계에서 우려하는 일은 기독교계 지도층에서 ‘그러면 안된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주었으면 좋았겠는데, 그런 말씀들이 없으시고 ‘열심히 믿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이현주 = 맞아요. 지도자는 가만 있으면 안되고 해야 할 일이 있지요.

▲지명 = 하지만 신자들이 “저 목사님은 신앙심이 부족하구나”라는 오해를 할까봐 알면서도 가만히 계시는 분들도 계실거예요.

▲이현주 =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지요. 종교라는 게 진리가지고 싸우는 건데. 아니면 아닌 거지요. 쫓겨나더라도 할 말은 해야지요.

- 그런 신조때문에 고초를 겪으신 적은 없나요.

▲지명 = 불교에서는 자유롭게 허용되거든요. ‘예수님이 부처, 보살중의 한 분이다’라고 해도 이단이라고 하진 않지요.

하지만 이목사님이 너무 강하게 말씀하시게 하면 불편하실지도 모르니까 너무 몰아부치지 마세요.(웃음)

▲이현주 = 아유, 저는 미미한 존재니까 걱정없습니다. 제 스승인 고 변선환 감신대 교수님처럼 교단에서 고위급에 있었다면 문제가 되었겠지요.

▲지명 = 변교수님이 1993년께 ‘기독교 아니라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하셔서 교단에서 추방당하셨잖아요. 다른 종교를 믿는 것이 기독교로 가는 길일 수 있다는 말 아니셨나요.

▲이현주 = 불교 등 다른 종교를 통해서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보신 거지요. 지명 = 개신교에서는 ‘오직 예수’라고 생각하는 분이 대다수이지요.

종교의 교파가 많다는 것은 각기 성경을, 주의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건데. 개신교 내에서도 교리 해석, 선교법의 차이때문에 타 종교 사이보다 더 심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훼불사건 무지의 결과

종교 지도자가 앞장서 화합 전화위복 삼아야"

▲이현주 = 신앙의 깊이 문제예요. 자기 세계가 얕으면 전투적이 돼요.

- 기독교의 신은 하나님으로 유일신인데 종교간 화해가 가능한가요.

▲이현주 = 하나님은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 둘 셋 할때의 하나, 모든 것을 다 합한 의미의 하나.

▲지명 = 첫번째 것은 상대적이고 두번째는 절대적인 하나이지요.

▲이현주 = 모든 것을 합한 하나님은 배타적일 수 없지요. 배타는 ‘타’가 있어야 하는데 모든 것을 합했으니 ‘타’가 없거든. 그런 의미에서 지도자들이 잘 가르친다면 화해가 가능하겠지요.

- 우리 나라 종교는 다른나라와 달리 기복적인 성격이 강하잖습니까. 그런 부분때문에 오는 갈등이 있잖아요.

▲지명 = 기복적인 면에다가 국민성이 하나에 빠져버리는 성향이 있잖아요.

▲이현주 = 아주 보수적이죠.

- 그런데 포교, 교세확장을 위해서는 도움이 되잖아요.

▲지명 = 교세확장을 위해 방치하지요. 아이들이 싸움에서 이기면 부모들이 좋아하는 것과 같지요.

불교 교리가 갈등에 대해 대응하지 않기때문에 다행이예요. 만일 이슬람교같았다면 전쟁이 났을 지도 모르지요. 전투적이니까.

▲이현주 = 저도 그게 희망이예요. 불자들에게 저는 “그런 사람 못말린다.

대응을 하지 말아라’라고 말합니다. 이런 사건이 교계 지도자의 책임을 실감하고 반성하는 차원으로 간다면 전화위복인데.

지도자들이 욕을 먹더라도 표현해주었으면 하는 거지요. 당분간은 비판을 받고 변교수님처럼 쫓겨나더라도 계속 이야기해주셔야 한다는 거지요.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 범인을 잡고 사법처리하자고 문제해결에 중점을 두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이 사건의 교훈이 뭐냐. 그게 중요하지. 이런 세상이니까 우린 더 정진해야겠다는 거지요.

▲지명 = 불교가 반성할 점도 많아요. 불자들이 진정으로 실천하고 믿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미신이니, 우상숭배니 하는 말이 안나올 거예요.

그런데 불자들이 샤머니즘, 우상숭배가 강하잖아요. 또 부처님을 모시는 불사를 한다면 돈을 다 내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하자면 외면한다 말이지요.

▲이현주 = 기독교 신자들은 예수님이 가르친 본질을 파고 들어가고 불자들은 부처님이 가르친 말씀을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되면 전화위복이 되겠지요.

▲석지명 = 조만간 목사님을 우리 절 법회에 모셔야겠습니다.

▥ 이현주(李賢周·56)목사

1944년 태어나 1971년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했다. 1975~1981년 경북 죽변에서 목회생활을 했다.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돼 데뷔한 동화작가로 최근 10여년간 절필했다가 올해부터 다시 글을 쓰고 있다.

1995년까지 목회생활을 했으며 요즘은 교회 성당 대학 등에서 신앙 환경 강연을 주로 하고있다. 현재 충남 공주에서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슬하에 딸 셋.

▥ 석지명(釋之鳴·52)스님

1948년 태어났고 동진출가(사춘기 이전의 어린 나이에 출가)했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에서 불이주의(不二主義·nondualism)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과천 청계사 주지를 지냈으며 올 3월부터 속리산 80개 절의 본사인 법주사 주지로 있다. ‘허공의 몸을 찾아서’ ‘깨침의 말씀, 깨침의 마음’ ‘큰 죽음의 법신’ ‘똥속의 과일 줍기’ 등의 저서가 있다.

노향란기자

ranh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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