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취할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는 과거‘선언적 수준’에 지나지 않았던 대북 유화책이 가시화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미 국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일께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대북 제재완화조치의 구체적 내용을 게재할 예정이다. 관보에 게재되면 완화조치는 이날부터 곧바로 시행된다.
이번에 시행될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초기 미국이 적성국 교역법과 방산물자법등에 따라 제재를 가한 이후 실로 50년만이다. 물론 이전에도 1989년에 학술, 스포츠 교류를 위한 여행금지가 해제되고 인도적 물자의 기증이 허용되었다.
또 1995년부터 자연재해에 따른 인도적 물자의 수출이 일부 허용된 적이 있었으나 이는 극히 예외적 조치였다. 더구나 1994년 제네바 핵합의 당시 경제제재를 완화키로 합의했었으나 이후 북한이 핵투명성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행을 미루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대북 포용정책을 경제적 측면에서도 본격 시행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에 빗장이 풀리는 제재조치가 북한에 당장 커다란 도움을 줄 지는 미지수다. 구체적으로 미 군수품목록에 포함된 상품 및 기술수출, 이중 용도로 사용가능한 상품 또는 기술 수출, 국제금융기관의 대 북한 차관 지원,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면제 등이 모두 테러지원국 지정에 따라 여전히 금지된다.
또한 미사일 수출 등 비확산 관련 법규에 따른 제재와 적성국 교역법에 따른 동격자산 청구 등도 계속 금지된다. 대신 미국의 대기업 등이 도로·항만·공항 등 민감하지 않은 산업분야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또 북한인에 대한 미국인의 송금, 상업적인 미 선박 및 항공기에 의한 승인된 화물의 북한 수송, 미·북간 상업 항공기 운항 등도 전면 허용된다.
이번 조치로 앞으로 북미간의 미사일회담과 고위급회담 준비협상 등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우리측이 6월 중순께 제재완화를 이행해주겠다는 카드를 제시함에 따라 북한측이 오는 28일 뉴욕에서 미사일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해준 것으로 안다”며“앞으로 협의결과에 따라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제외될 경우 추가적인 제제완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관련,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이번 조치는 미국이 1994년 제네바핵합의 이후 수차례나 북한에 대해 약속했던 내용을 처음으로 본격 이행하는 것”이라며 “28일부터 열리는 북미 미사일협상에서 보다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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