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구조조정의 큰 방향이 섰다. 시장자율에 맡긴다며 팔짱을 끼고 있던 정부가 자세를 바꿔 구조조정에 적극 개입키로 했다. 은행들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기대하는 것이 사실 불가능하고, 개혁할 수 있는 시간도 촉박한 현실 여건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이같은 자세 전환은 때늦은 감마저 있다.이번 구조조정의 밑그림은 대체적으로 무리가 없어 보인다. 지주회사를 통한 한빛-조흥-외환은행의 합병은 이들의 부실을 동반 처리하면서 동시에 우량·대형화하는 방법으로서 일단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다른 은행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구조조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기로 한 것도 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조정은 여러 조건들이 전제되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무엇보다 ‘빅뱅’의 목표는 합병 그 자체가 아니라, 체질개선에 맞춰져야 한다. 덩치를 키운다고 해서 곧바로 경쟁력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98년 1차 구조조정의 실패 사례들이 이미 보여줬다. 인력 조직 등 군살을 제거하는 철저한 자구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합병은 더 큰 화근을 불러올 뿐이다. 지주회사를 통한 단계적 합병방식이 자칫 해당은행들의 자구노력을 지연시키거나 회피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벌써부터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합병 스케줄과 자구 노력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이같은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또한 은행들의 잠재부실을 가감없이 투명하게 드러낸 후 자구이행에 태만한 관련책임자들을 가차없이 문책해야 할 것이다. 1차 금융구조조정이 절반에 그쳐 또다시 대거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2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데는 금융기관 및 정부당국의 모럴 해저드가 가장 큰 원인이었음을 무엇보다 유념해야 한다. 금융권 구조조정,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