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들어 여론독자부의 팩스에 불이 나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한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묻는 ‘당신의 생각은’의 다음주 주제를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은 과연 전문경영인인가”로 내보냈더니 하루 100통 가까운 응답이 쏟아지고 있다. 평소의 4-5배에 달하는 양이다. 또 인터넷 여론마당에 150여건, 천리안과 유니텔 등 PC통신에 180여건이 몰려 이 기획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처음 보는 일은 이 뿐이 아니다. 팩스로 답지한 응답은 100% 결론이 똑같고 인터넷과 PC통신에서도 10건 정도를 제외하곤 천편일률이다. “30년 이상 현대자동차 계열사를 경영한 정회장이야 말로 전문 경영인”이라는 것. “오직 자동차 발전에 헌신하시며 부품업계와 우의를 쌓고 지도해 주시는 정회장님에 대해 지지와 성원을 보냅시다”라는 식의 약간 낯뜨거운 내용도 적지 않다.
그리고 동일한 송신 번호로 4-5통씩 한꺼번에 팩스가 들어온 일, 같은 약물과 글꼴을 사용했으면서도 발신처만 다른 팩스가 많았던 사실, 이들 응답자중 신분을 밝힌 사람이 한명도 없었던 것 등은 그동안엔 없던 일이다.
대충 사정을 짐작하고 한 응답지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했더니 대전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였다. 팩스를 보낸 사람의 신원을 묻자 대답은 ‘예상대로’ “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인데 묻지 말라”는 것이었다.
‘당신의 생각’은 여론조사란이 아니다. 관심사에 대한 독자들의 논리와 주장을 듣는 코너다. 획일적인 의견으로 물량공세를 편다고 해서 다수 의견으로 비쳐지게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이런 착각 때문에 공연한 긁어부스럼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왕구 여론독자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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