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월 평양공항의 푸른 하늘과 해맑은 친구들의 모습. 남북이 갈라져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주위 분들의 따뜻한 배려가 아직도 느껴지는데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이 우리나라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기쁨에 몸을 떨었다.그땐 평양 아이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주는 것이 단원 모두의 소망이었다. 그 소망이 정말 이루어지다니 꿈만 같았다. 2년전 북한사회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설렘과 사상과 이념을 넘어선 순수 민간예술을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해 공연을 했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평양학생들과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었다.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은 온 국민의 환영을 받으며 서울에 도착했다. 지난달 26일 그들은 예술의 전당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했다. 그들의 기예는 어른들의 솜씨를 능가하는 마술쇼같았다. 한 작품씩 끝나고 나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앵콜’을 외쳤고, 객석의 모든 관람객들은 환호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리향미의 간드러진 인사말로 시작하여 맑은 음색으로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 잡은 반달의 주인공 수연이,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장고 재주를 능청스럽게 잘한 김철. 환영만찬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아 전공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날 와서 보시라요”하며 웃어버리던 리진혁은 큰북에서 독창까지 모든 것을 척척 잘해냈다. 난 정말 감사했다. 그들이 서울에 온 것을. 그리고 그들에게 서울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을. 아마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리틀엔젤스예술단이 평양에 갔을 때 북측은 우리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었다. 그들이 섬기는 초상과 북한 국기를 내려 주었고 반드시 참배해야 할 곳에서도 관광만 할 수 있도록 신경써 주었다. 이는 사상과 이념을 초월할 수 있는 어린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이제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은 돌아갔고, 남아있는 우리는 그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열릴 정상회담을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마쳐 어린이들이 이루어 놓은 작은 통일의 문을 더 활짝 열어젖혀주길 바란다.
/김윤희 서울 선화예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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