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포럼/교사의 근무시간중 노조활동

교원노조와 교육부의 단체교섭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양측의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맞선 부분은 근무시간중 조합 활동 보장여부. 교원노조는 기업체 노조에서도 같은 권리가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다며 보장을 요구하는 반면 교육부는 수업에 지장을 주고 교사간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음을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찬성

김현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교육부는 ‘교원노조와 조합원의 조합활동은 교원의 근무시간이 아닌 때에 학교가 아닌 장소에서 행해야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근무시간중에는 교섭에 참가하는 것 이외의 조합활동을 전면 금지시키고 있다.

이는 일반 사업장에서 교섭 참가는 물론 노조의 규약에 명시된 공식회의 참가, 상급단체의 회의 참가 등이 관례적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조합의 전용 게시판 허용과 조합원에 대한 일정한 교육시간도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것과 비교할 때 비상식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노조는 어쩔 수 없이 인정했지만 노조 활동을 봉쇄해 ‘박제화’한 노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를 대표하여 교원노조와 교섭하고 있는 교육부의 이러한 태도는 바로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가장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데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직접 관여하고 있는 교섭에서 일반 사업장의 일상적인 노사 관행마저도 철저히 거부하고 있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교육부는 교원노조가 전국 또는 시·도 단위로 구성된다는 점을 들어 단위 학교 차원에서 조합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전국 또는 시·도는 교섭의 단위일 뿐 조합 활동의 단위는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교육부는 또 교원노조의 조합활동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해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교원노조는 ‘수업과 학사일정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조합활동을 할 계획이다. 교원노조는 전문직 노조로서 학급운영, 생활지도, 교과지도 등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제반활동도 주요한 활동 영역으로 삼고있다. 실제로 교직의 특성상 교사는 수업준비 시간이나 학생들의 수업이 끝난 방과후에 전문성 신장을 위한 조합활동이 얼마든 가능하다. 이런 활동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해치기는 커녕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권을 신장시키는 활동으로 권장돼야 마땅하다. 교육부는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반노조적 정서를 깨치고 교원노조 활동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반대

김조영 교육부 학교정책실장

교원노조가 요구하는 ‘근무시간중 조합 활동’보장은 여러가지 이유로 수용하기 어렵다. 우선 교원의 노동조합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교원은 특별시·광역시·도 단위 또는 전국 단위에 한하여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고 돼있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단위 학교에서 조합을 설립할 수 없도록 한 이 규정은 그 취지가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단위 학교의 조합 활동을 제한하려는데 있다는 사실은 교원노조도 잘 알 것이다.

노조측에서는 또 근무시간중 조합활동이 다른 사업장에서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다고 주장하나 원칙적으로는 금지되고 있다. 대법원 판례도 그렇고 교원노조 합법화 직전에 노동부가 전교조에 회신한 유권해석도 그렇게 돼있다.

무엇보다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교사의 노동기본권이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존중하고 교사의 품위와 의무를 다하는 가운데 보호·신장되는 권리라는 점이다. 교사는 미성숙한 학생의 학습 지도와 정서적 성장을 도와주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교사가 학생 지도에 전념하지 않고 근무시간중 학교안에서 조합 활동을 한다면 어느 학부모가 안심하겠는가. 따라서 교사는 학생의 교육 기본권을 실현해야하는 주체로서 국가공무원법 등을 따라 근무시간에는 직무에 전념해야 하므로 근무시간중 조합활동은 인정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5월12일 인천시의회가 근무시간중 공무원직장협의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조례를 통과시킨 뒤 인천시가 인천시의회를 상대로 소송을 내자 ‘공무원은 직무전념의무와 성실의무를 지고있으므로 기관장의 허가없이 임의로 근무시간에 활동할 수 없다’고 최종 선고한 적이 있다. 이의 근본 취지와 공직자로서의 덕목을 잘 인식해야할 것이다.

또 한가지, 학교의 교원 조직이 교원노조 외에 한국교총, 혹은 어떤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은 교사들로 구성돼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특정 집단이 근무시간중 자기 단체 활동을 위해 별도로 모여 집회를 한다면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