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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공양' 노스님의 15년 大佛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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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공양' 노스님의 15년 大佛事

입력
2000.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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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이후 실전(失傳)됐던 불경 사경(寫經)의 맥이 한 노스님의 15년에 걸친 국태민안(國泰民安)의 발원(發願)으로 되살아났다.화엄경 60여만 자를 일자일배(一字一拜)의 정성으로 옮겨 적은 '대방광불화엄경금니사경(大方廣佛華嚴經金泥寫經)' 80권이 경남 함양군 벽송사(碧松寺)의 원응(元應.66)스님에 의해 완성돼 15일 전시법회를 통해 공개된다.

불경을 옮겨적는 사경은 신라에서 고려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평안을 염원하는 호국의 방편으로 널리 행해졌던 불가의 중요한 수행법.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사경은 신라 경덕왕대의 '화엄경 사경'이며, 해인사(海印寺)의 팔만대장경 목판도 국난극복을 위한 사경이다.

조계종 혜암(蕙庵)종정은 8일 원응스님의 공덕을 기려 "오랜 수행과 원력(願力)으로 서사한 금니서화엄경을 배관하는 자리를 갖게 된 것을 더 없는 기쁨으로 느낍니다. 사경 공덕으로 남북통일이 하루빨리 이뤄지고 세계가 평화하며 불일(佛日)이 한층 빛나기를 바랍니다"라는 특별법어를 내렸다.

54년 부산 선암사(仙巖寺)에서 출가한 스님은 61년 지엄(智儼).휴정(休靜.서산대사).경허(鏡虛) 등 쟁쟁한 조선 선사들의 법맥이 이어져온 벽송사를 중창한 후 참선에 정진하던 선승.

왜란을 극복하기 위해 떨쳐 일어섰던 서산대사의 넋이 이어졌을까. 85년 벽송사의 사자굴 암자 서암에 은거한 스님은 필생의 작업으로 사경을 시작했다. "다른 무슨 뜻이 있겠습니까. 그저 하루 빨리 통일이 이뤄지고, 민족의 운이 융창하기를 바라며 한 몸 공양하기로 했을 따름이지요."

화엄경 60여만자를 한 자씩 한지에 옮겨 적는데만 5년, 짙은 하늘빛의 감지(柑紙)를 그 위에 덧대고 곱게 빻은 금가루를 붓끝에 묻혀 60여만자를 다시 적는 금사(金寫)에 또 5년이 걸렸다. 끝이 닳아 버려진 붓이 60개를 넘기고서야 마침내 96년 대불사(大佛事)가 완성됐다. 이후 책 80권으로 묶는 접책작업과 경전 내용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변상도(變相圖) 등을 마무리하는데 또 4년이 소요됐다.

원응스님은 "모두가 하나인 화엄의 세계에서 이념 갈등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이 사경이 민족화해와 남북통일에 작은 도움이나마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시법회는 부산 국제신문사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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