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턱없이 비싸게 납품, 수천억 특혜의혹도...국방부가 80년대 국산화율 70%가 넘는 '국산전차 1호'라며 양산한 K-1전차의 부품 가운데 상당수가 국산으로 둔갑된 수입품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업체들은 이들 부품을 국산품이란 이유로 수입단가에 비해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군에 납품, 엄청난 부당이익을 취해왔으며, 국방부는 이를 묵인함으로써 사실상 해당업체에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국방부는 8일 최근 K-1전차에 공급하는 부품 658종에 대해 순수 국산개발품을 의미하는 국가재고번호 부여를 철회하고 수입품으로 공식 정비했다고 밝혔다. 이는 K-1전차의 전체부품 1만2,443종 가운데 국방부가 국산품이라고 밝혔던 5,357종의 12.3%에 해당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핵심부품인 포수조준경의 경우 K-1전차의 납품업체인 H사가 미국 휴즈사 제품을 수입하고도 자체 개발품으로 분류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수입단가가 91년도 기준으로 개당 1억8,000만원대인 이 장비를 국산개발 비용까지 포함, 납품업체에 3억여원을 지불했다.
특히 포수조준경을 구성하는 고무 '머리받이 조립체'는 실제 가격이 5,320원인데도 국방부 공급가는 150만원을 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납 전문가들은 "수입품을 국산품으로 둔갑시키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납품업체에 수천억원의 특혜를 주는 등 국가 예산이 낭비됐다"며 "그동안 과다 지불된 액수를 정확히 밝혀 환수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품목에만 '37'이라는 국가재고번호를 부여해야 하는데 외국장비와 혼용되는 부품 등에 대해 행정편의상 재고번호를 잘못 부여했던 것"이라며 "납품과정에서 정확한 원가 계산을 통해 가격을 지불하기 때문에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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