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급 인사들의 성희롱문제로 시끄러웠던 지난주 외신가사가 하나 눈에 띄었다. 이란에서 여자축구가 출범한다는 기사였다. 이미 연맹까지 발족, 올해 중 전국적인 리그를 시작한다고 하니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사이클같은 운동도 남자에게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금지하는 전통 회교국 이란의 현실을 생각할 때 말이다. 몇년 전 이란서 이슬람극가 여성들의 올림픽이 열린 적이 있는데 심판과 관중은 여자로 제한할 정도였다.
물론 이란의 여자축구출범은 여권운동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이란여성들의 축구 열기도 한몫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에서 축구는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이며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과 그 해 방콕아시안게임(이란 우승)때 이란여성들에게 축구는 선풍적이었다.
여성들의 얼굴에 차도르를 씌워 성적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회교국가 이란에서 여자축구의 출범은 흥미있는 뉴스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미국여자월드컵으로 불기 시작한 여자축구바람이 이제 전세계로 확산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 여자축구환경은 이란에 비해서도 떨어지는 편이다. 우리 여자축구의 출발은 49년으로 봐야 한다. 당시 체육신문사와 국내 여자축구 최초의 보급자로 불리는 김화집옹(92)의 노력으로 4개 여자중학이 참가한 가운데 첫 대회가 열렸다.
장안 남성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은 당연했다. 유교관습이 강하게 남아있던 당시로선 이란의 여자축구만큼 선풍적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한국전쟁으로 여자축구는 중단되고 말았다.
오랫동안 잊혀진 여자축구는 90년에 재출범했다. 라이벌 이화·숙명여대가 팀을 창단했고(둘 다 1년여도 안돼 해체) 여자대표팀도 만들었다. 대표팀은 박경화-이이우씨를 거쳐 유기홍씨가 3대 감독을 맞고 있는데 이씨는 선수들의 훈련비에 상당한 사재를 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속에서도 학교팀은 꾸준한 증가세이며 성인실업팀도 2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우리 여자축구는 아직 연맹도 없고 자생력도 부족하다.
여자축구가 남성들의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여자만의 아기자기함과 세밀함, 여성 특유의 역동미에서 나오는 섹스어필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란여자축구의 출범소식이 부러운 것은 여성운동가들의 관심과 지원속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척박한 환경속에서 이제 싹을 틔운 우리 여자축구에 더 많은 여성(물론 남성들도 포함)들의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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