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분쟁’으로 촉발된 한·중 통상마찰이 열전(熱戰)으로 번지고 있다.중국은 잠정금수(禁輸)카드를 통해 고질적인 대한 무역역조를 개선하겠다는 계산인 반면, 우리도 마늘을 양보할 경우 농·수산물 전체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배수진을 쳐 해법찾기가 쉽지 않다. 관련 업계는 사태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분쟁 왜 일어났나 중국산 냉동·초산조제 마늘 수입이 지난해부터 급증, 최근까지 농가 피해가 확산돼 온 것이 분쟁의 발단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양국간 고질적인 무역불균형이 자리잡고 있다. 92년 수교 이후 우리는 대중 무역에서 꾸준한 흑자기조를 이어왔고 지난해에도 49억달러(중국측 주장 94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매년 수십억달러의 흑자를 내면서 연간 900만달러에 불과한 마늘 수입까지 문제삼느냐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팽팽한 이견 중국측은 우리의 마늘 세이프가드 조치가 WTO규정을 위배했다는 입장이다. 국내 수입마늘 점유율이 10%내외에 그치고 있고 가격 하락도 수입 때문이 아니라 국내생산 증가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측은 WTO가 요구하는 세이프가드 요건에 부합하고 적절한 절차를 밟아 취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중국의 이번 잠정 수입금지 조치는 아무런 통보나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내려진 것이며 보복규모도 마늘 수입액의 60배에 달해 WTO가 보장한 ‘상응하는 보복’규정도 무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입장에서는 마늘이 단일품목으로 주곡과 함께 2대 농산물인 데다 마늘을 내줄 경우 참깨나 조기 등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풀어야 할 숙제 전자·유화업계 등은 이번 금수조치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이 이미 우리의 3대교역국인 만큼 나머지 업종도 혹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도 다급하고 아쉽기는 마찬가지. WTO 가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WTO규정을 무시하며 회원국들과 불편한 관계를 고집하기도 쉽지 않고 한국은 싫든 좋든 주요 원자재 공급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양자협의를 통한 해결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양국의 통상마찰이 확대·장기화하면 양국 모두에 불리한 만큼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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