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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신망받는 중립지

입력
2000.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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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본보창간 46주년 축하메세지한국일보의 창간 4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6·25 종전 이듬해인 1954년 6월 9일 창간된 한국일보는 오늘까지 46년동안 ‘춘추필법(春秋筆法)’과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사시(社是)와 함께 젊고 활력 있는 신문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희망과 변화의 흐름을 선도해 왔습니다. 한국일보의 이러한 역할은 앞으로도 더욱 소중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특히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맞는 46번째 생일은 더욱 뜻이 큽니다. 이는 21세기 한민족 장래를 개척해 나가는 데 있어서 한국일보에 운명과도 같은 시대적 사명을 부여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흘 뒤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떠납니다. 분단 55년만에 성사된 이번 회담은 만남 자체만으로도 민족사의 큰 진전이며 세계 유일의 한반도 냉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를 구축하는 민족 대화합의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런 만큼 전 국민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언론의 역할도 막중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일보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신망 받는 중립지로서 언제나 정확하고 미래 지향적인 보도 태도를 보여 온 한국일보에 거는 기대는 참으로 지대합니다. 남북 문제와 관련한 기사 한 줄 한 줄이 우리 민족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 아래 국민적 지혜를 모으는 노력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합니다.

한국일보를 창간한 고 백상(百想) 장기영(張基榮)선생은 “신문은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 그러나 신문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말씀했습니다. 젊은 신문의 기치를 내걸고 자유를 추구하는 한국일보의 성격을 이보다 잘 나타내 주는 말은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많은 국민들은 한국일보가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한 신문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70년대 “1천만 이산가족 찾기 운동”을 전개했고 90년부터는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 등을 통해 가난한 이웃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다해 왔던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사적 대변혁과 민족사적 대전환이 이뤄지는 이 시점에서 맞게 된 한국일보의 창간 46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한국의 첫 여성 사장을 배출한 신문으로 언제나 시대를 앞서 이끌어 가는 소명을 수행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2000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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