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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개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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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개달리다'

입력
2000.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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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형사·한국인 정보원·중국인 정부최양일(崔洋一). 1949년 나가노현 출생. 1972년 조명기사로 영화계 입문.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 조감독을 거쳐 1983년 극영화 ‘10층의 모기로’로 영화 감독 데뷔. 1994년 북한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 취득.

올해 51세의 최양일 감독은 텃세 심한 일본에서 드물게 영화감독으로 성공했다. ‘정(靜)의 기타노 다케시, 동(動)의 최양일’이라는 표현만으론 그의 독특한 작품의 세계를 담아내기에도 부족하다.

일본어가 나오는 영화지만 외국영화제에서 수상하지 않았고, 18세이하 관람가 영화도 아니어서 자칫 수입이 보류될 뻔한 ‘개, 달리다(犬, 走る)’. 국내에서 처음 상영되는 감독의 영화가 겪은 해프닝은 바로 양국간 보이지 않는 갈등의 자명한 예이다.

중국의 향채, 한국의 고추 가루, 일본의 와사비를 콜라에 넣어 섞으면 어떤 맛이 날까. ‘개, 달리다’를 맛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야쿠자에게 정보를 흘려주고 돈을 챙기는 일본인 형사 나카야마(키시타니 고로), 그에게 기생하는 한국인 정보원 히데요시(오스기 렌), 나카야마의 정부이자 한국계 야쿠자 조직의 보스인 곤다의 정부이기도 한 중국인 모모(토가시 마코토). 나카야마는 압수한 마약 주사를 맞고 흥분해 여자 삐끼를 강간하고, 신고하겠다고 울부짖는 주인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강도 사기 공갈 상해죄로 전원 체포. ”진범을 찾아 헤매는 나카야마와 히데요시는 살해당한 모모의 시체를 둘러메고 콤비처럼 사방으로 질주한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여전히 음모와 거짓말, 사기와 협잡이 공존한다.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인간의 이성적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종 빠른 화면에 컬트와 느와르, 코미디, 희극과 비극이 무균질(無均質)로 녹아있다. 폭발 직전의 인종 전시장 신주쿠, 그곳에선 중국 한국 일본인 모두 개처럼 달린다.

10일 개봉. 오락성★★★☆ 작품성 ★★★★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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