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의 레슬링 2체급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작은 거인’ 심권호(28·주택공사)가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이를 악물었다. 선수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올림픽출전이 두번째.
후배이자 맞수인 하태연(22·삼성생명)을 막바지에 꺾고 태극마크를 ‘빼앗은’ 것에 대한 보답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것 뿐이다. 이미 세계 최고봉에 우뚝 섰지만 상대는 세계의 내로라하는 거물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진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당찬 꼬마 심권호가 금메달 1순위로 꼽히는 이유는 좌절을 모르는 근성때문이다. 1997년 48㎏급이 폐지된 뒤 한 체급을 올렸지만 터줏대감 하태연에게 패해 상비군에 머물렀다.
1년뒤 재기에 성공한 심권호는 그러나 99년 또다시 하태연에게 무릎을 꿇어 선수촌 연습파트너의 자리로 주저앉았다. 웬만한 선수같으면 좌절할 법도 한데 심권호는 오히려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올해 올림픽대표 선발전때 완벽한 기량을 선보이며 하태연을 2차전(12-0 테크니컬폴), 3차전(6-3)에서 연거푸 꺾고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심권호의 경쟁상대는 나자로(쿠바) 알프레도(독일) 보리스(러시아) 강용균(북한) 등. 보리스와 강용균은 한 차례 꺾어본 경험이 있지만 나머지 두 선수는 첫 대결이 예상된다.
장기인 허리태클과 게임운영, 체력 등에서 절정에 올라있는 심권호가 이들을 제압하면 전인미답의 레슬링 2체급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심권호는 48㎏급에서 96애틀랜타올림픽, 94히로시마아시안게임, 95세계선수권, 95아시아선수권을 제패했고 54㎏급으로 체급을 올린 뒤에도 98세계선수권, 98방콕아시안게임, 99아시아선수권을 차지했다.
이제 남은 것은 2000시드니올림픽뿐이다. “체력이 오히려 는 것 같다”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친 심권호는 모든 상대가 결승상대라는 자세로 오늘도 매트를 땀으로 적시고 있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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