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도둑의 딸' 주현3년전 신세대가 독점해온 과자 광고 모델에 뜻밖에 50대 연기자가 등장했다.
기본을 지키자는 의미에서 ‘베이직’이라고 명명된 과자 광고에서 주현은 48시간 이상 숙성시켜야 제 맛을 내는 과자를 서너시간만에 구워 내려는 젊은 직원을 혼내는 장면을 보여줬다.
주현의 연기와 삶을 여실히 드러내는 광고였다.
초여름 햇빛이 뜨거운 일산의 한 상가 앞에서 SBS 월·화 ‘도둑의 딸’을 촬영 중인 주현(59)을 만났다.
인스턴트 문화와 급조된 스타들이 성행하는 요즘 급조의 함정 속에 숱하게 떴다 사라져간 젊은 스타 연예인들은 역설적으로 기본기에 충실한 주현의 존재를 더욱 빛나게 한다.
“31년 연기 외길을 걸어 왔어요. 요령없어 한눈 한번 못팔고 이 바닥에 살았으니…” 말꼬리를 흐리며 허허 웃는 주현. 기본기가 탄탄한 연기자가 발하는 빛은 은은하고 은근했다. 그래서 생명이 긴 것일까.
‘도둑의 딸’에서 항상 어떻게 도둑질해서 먹고 살까만을 걱정하는 전과 12범으로 출연하는 주현. “도둑놈아 내 구역에 나타나지 마!” 라고 내지르는 대사와 표정 연기는 영락없이 전과 12범 그 자체였다.
캐릭터가 부유(浮遊)하지 않고 주현의 몸 속으로 체화되는 순간이다. 30년 세월이면 대충 연기할 법도 하다.
하지만 주현은 그렇지 못하다. “새 드라마에 캐스팅되면 그 순간 신인이 되는 거지요. 드라마 캐릭터는 제가 처음해보는 것이니까요” 의상과 소품 준비, 그리고 캐릭터의 성격 설정까지도 철저히 스스로 한다.
이런 성실함과 기본기가 젊은 연기자들의 득세 속에서도 여전히 “역시 주현!”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리고 거지, 산적, 장의사 등 코믹한 캐릭터에서 중후한 아버지 역까지 연기의 스펙트럼을 무한히 확장시킨다.
이러한 노련한 연기자, 주현이지만 그의 코믹 캐릭터 연기가 상당 부분 고착화해 식상하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는 이런 지적에 대해 “비슷한 드라마에 출연하다보니 시청자들이 싫증도 느낄 겁니다. 최대한 변화를 주려고 노력해야지요”라고 말한다.
주현에게선 오래 숙성시켜 제맛이 우러나는 전통 된장의 냄새가 난다. 그래서 속성으로 만든 인스턴트 된장이 판치는 세상이 되면 될수록 대중은 더욱 더 주현을 원하는지 모른다.
주현은 늘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고 사는 행복한 중년이다. “다른 것 없어요. 좋은 작품 만나 눈물과 웃음이 있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지요”‘도둑의 딸’에서도 그는 아픔과 해학이 배어있는 일상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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