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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자들의 멍청한 짓/'모 아니면 도' 싹쓸이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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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자들의 멍청한 짓/'모 아니면 도' 싹쓸이 행정

입력
2000.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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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업자들은 대규모 산림훼손이나 교통문제에 대한 영향평가없이도 대단위 주택단지를 여러필지로 나누어 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대단지로 토목공사가 이루어지지만 환경평가를 통해 이를 적절히 규제할 법규가 불충분하다. 지방자치 단체가 자체 조례를 만들어 규제해야 할 일이지만, 이것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개발업자들의 준농림지를 거의 싹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이 바로 난 개발이다.이러한 난개발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자, 언론의 호들갑을 등에 없고 건설교통부가 준농림지 제도를 폐지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준농림지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 판단에 따라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 자율권을 건설교통부가 환수해 감으로써 난개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시 '싹쓸이'행정을 반복하겠다는 얘기다.

정부의 방침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불완전한 행정서비스 때문에 전체 자치단체의 권한을 몰수하겠다는 논리와 다름없다. 사실 준농림지 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고양시 의회가 관내 준농림지에 대한 숙박시설 허용조례를 통과시켰으나,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일체의 러브호텔이 들어설 수 없도록 조례를 개정했던 것이다.

난개발의 원인은 준농림지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단격적, 무계획적 개발의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토의 균형적 ㅁ개발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도리어 중앙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부처의 역할은 지방자치단체에게 개발계획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고, 장기적이고 종합적이면서도 환경친화적인 개발이 가능하도록 조언해주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 중앙은 더 이상 지방에 대해 군림하려고 하지 말고, 지방의회와 시민단체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분권화를 더욱 추진해야 하는 이 마당에 이미 분권화된 지방자치단체의 고유권한마저 빼앗아 버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 오히려 택지개발사업의 허가도 오히려 택지개발사업의 허가도 건설교통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난개발과 교통난의 문제를 용적률과 건폐율을 낮추는 것으로만 해결하려하지 말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장기적인 도시발전계획을 우선적으로 세우고 그것에 따라 차근차근 추진하도록 하는 유인정책이 필요하다.

더욱이 건축면적에 대해 '몇 평이하는 면세, 몇 평이하는 곤란하다'는 식의 규제도 싹쓸이 행정의 표본이다. 호화주택의 기준도 몇 평으로 두부 모 자르듯이 기준선을 정해 놓고 그 위에는 엄청난 세금을 물리고, 그 바로 아래는 과세하지 않는 방식의 규제를 해왔다. 그 결과 기준선을 피하기 위한 각종 탈법과 기형적인 관행들이 판을 치게 된다. '모 아니면 도'의 싹쓸이 행정과 획일화된 행정관행을 보다 유연하게 풀어갈 수는 없을까?

그 해결책으로 분권화를 추진하는 길 밖에 없다. 각 지방이 서로 다른 지방색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을때 비로소 전국토가 아름다워진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부처 관료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비해 공무원의 질적 수준이나 정보의 양이 탁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는 기능으로 전환하고 지방 행정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싹쓸이 행정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동석 조직개혁 전문가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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