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 2층 기자실. 당무회의를 마친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의회에서 다수결 원칙에 따라 법안과 안건을 처리하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다”라고 회의 참석자들의 대야 강경 발언을 스스럼없이 소개했다. 이 장면에는 5일 의장선출후 확연히 달라진 민주당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의장선출 표 대결 이전만해도 민주당의 정치 키워드는 ‘화해’‘상생’‘타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공연히 ‘표 대결’이 입에 올려진다.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의 표결 처리 가능성도 거론된다. 의장단 투표에서 거의 완벽하게 한나라당을 고립시키며 ‘비(非)한나라 연대’구축에 성공하자 목에 힘이 들어간 것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
인사청문회 협상을 둘러싼 갈 지(之)자 행보도 그렇다. 민주당은 국회 개원식전 협상에서는 청문회를 공개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러나 의장선출 뒤에는 ‘비공개’쪽으로 무게를 옮겼다가 여론이 불리해지자 7일 부랴부랴 ‘공개’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의장 경선에서 확인한 ‘수(數)의 힘’을 믿고 잠시 ‘딴 맘’을 먹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만도 하다.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에서 핵심 상임위를 모두 가져야겠다고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DJP + 4’표를 믿고 부리는 오만은 아닐까. 15대 국회 후반기에 이미 핵심 상임위 다수를 야당에 준 적이 있는 민주당이다. 독자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정당이 표 대결서 한번 이겼다고 ‘수의 힘’에 도취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오우버’다. 민주당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16대 총선 직후의 초심(初心)을 유지해야 한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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