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강원북부 밀도 급증말라리아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말부터 경기 및 강원 북부지역에서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이례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20여년 만에 말라리아가 유행하고 있으며 집단면역조치가 시급하다”는 한림대 사회의학교실과 세스코연구소 등의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위험지역에서 모기구충을 강화하는 한편 진단시약과 치료약을 긴급지원하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얼마나 늘었길래
국립보건원의 조사에 따르면 말라리아 매개모기인 ‘얼룩날개모기’의 밀도가 5월말부터 경기 파주 연천 가평, 강원 화천지역 등에서 급증하고 있다. 4월말 첫 매개모기가 잡힌 후 한달만에 개체수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화천과 파주 장파리의 경우 모기 2마리당 1마리(50%) 가평은 10마리당 3.5마리(35%) 연천 동중리는 100마리당 2.1-9.8마리 꼴로 발견되는 등 경기 강원 북부지역에서만 총 29마리의 얼룩날개모기가 확인됐다.
예년의 경우 6월 중순께 매개모기 밀도가 40%로 증가, 하순께부터 말라리아 기생충 모기가 확인되고 같은달 말부터 환자가 발생한다. 올들어 이른 매개모기 밀도증가는 예사롭지 않은 지표라는게 방역당국의 분석이다.
■왜 늘었나
방역당국은 지난달 하순부터 야간기온이 급상승해 모기번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에서 주원인을 찾고있다. 매개모기는 보통 16도 이상에서 활동하는데 경기북부와 강원지역의 밤 기온이 20도 가까이 올라간 적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주로 논두렁 연못 갈대밭 등에서 발생하며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다.
말라리아 모기의 1회 흡혈량은 약 3-5㎎. 가정이나 군막사, 초소 안팎에서 1마리의 감염모기에 의해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감염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집단 말라리아(Malaria House) 현상이 발생한다.
이종구(李鍾求)국립보건원 방역과장은 “얼룩날개모기의 발견이 반드시 말라리아 발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매개모기가 말라리아 균을 보유한 사람을 물고난 뒤 다른 사람을 물때 전염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방제대책
국립보건원은 이달말까지 말라리아 고위험지역인 연천 파주 등 26개 읍·면·동의 늪지, 물구덩이 등에 유충구제제를 살포하고 가정에는 방충망 설치 및 살충제 도포를 끝내도록 했다. 이와 함께 경기 의정부, 인천 옹진, 강원 화천 등 13개 지역은 2만명분의 조기진단 시약과 클로르퀸 등 치료약품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장기적 말라리아 예방대책으로 국내 감염지역에 매개모기의 개체군 발생밀도 추이를 이용한 ‘말라리아 예보제’를 실시하고 면사무소나 출장소에도 발열환자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주 해결방안으로 꼽고있다.
■말라리아
혈액원충이 적혈구와 간 세포내에 기생해 발병하는 급성 열성 감염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부터 ‘학질’, ‘하루걸이’ 등의 이름으로 알려져있다.
세계적으로 매년 3-5억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중 150만-200만명은 사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휴전이후 사라졌다가 1993년 1명의 환자가 생긴 뒤 부터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97년 1,724명, 98년 3,932명, 지난해에는 3,62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감염되면 발열 빈혈 두통 혈소판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가 늦어지면 의식장애 경련 황달 등을 일으키며 비장이나 간장이 만져지기도 한다. 최근 철원 연천 김포 등 경기와 강원 북부지역에 거주했거나 방문자중 발열이 있을 경우 진단을 받는게 좋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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