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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軍,열화우라늄탄 처리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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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軍,열화우라늄탄 처리갈등

입력
2000.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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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훈련장 폐쇄를 둘러싸고 주민과 미군이 1년째 대치중인 푸에르토리코 비에스케섬 사태가 ‘열화우라늄탄’ 처리 문제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군이 지난해 2월 폭격장 안팎에 떨어뜨린 263발의 열화우라늄탄 수거를 거부하자 주민들이 다시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미군은 열화우라늄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이 극히 소량이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해도 괜찮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핵규제위원회의 지역 책임자인 루이스 라이스는 6일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 후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열화우라늄탄을 땅속에 묻힌 채로 놔두더라도 위험은 거의 없다”면서 “더구나 길이 1㎞, 폭 60㎙의 폭격장에 대한 민간인 접근을 제한했기 때문에 방사능 물질이 인체에 침투할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또 현재 보유 중인 굴착 장비로는 땅속 25㎝ 정도만 파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땅속 깊이 묻혔을 게 뻔한 열화우라늄탄을 모두 수거하긴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굴착 작업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약속한 주민 투표가 내년에 실시돼 미군 철수가 결정되는 경우에만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미국 정부의 주장이 열화우라늄탄을 전투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명시한 미 연방법과 해군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해 2월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 정부에 통보도 하지 않은채 열화우라늄탄을 불법적으로 사용했고 이 가운데 57발 만을 수거했다.

특히 환경운동가들은 열화우라늄탄이 연소할때 발생하는 U238이라는 방사능 먼지의 반감기가 42억년이나 돼 환경오염이 불가피한데다 걸프전, 코소보 공습 등에서 인체 유해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볼때 미국 정부가 주민들의 완전 수거 요구를 쉽게 수용할 것 같지는 않다. 핵규제위원회는 7일 방사능 물질이 폭격장에서 17㎞ 떨어진 마을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물과 토양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올 여름 후반부터 재개될 폭격훈련 후의 조사 계획은 갖고 있지 않고 있다.

미군은 지난해 2월 대서양함대의 폭격장인 비에케스섬 주변에 열화우라늄탄을 발사한 지 두달만에 오발탄을 발사, 민간인 경비원 한 명을 숨지게 했다. 섬주민들은 폭격장 주변에 야영을 하며 약 1년간 폭격을 방해했으나 지난달 초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미 국방부는 시위대를 해산한 직후 사격훈련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도 민간 고철 하치장에서 열화우라늄탄 탄피 수십개가 발견돼 방사능 오염 우려가 제기됐다. 미군은 지난 1995년말과 96년초에 오키나와 인근 산호초섬에서 1,520발의 열화우라늄탄을 발사한 것으로 드러나 일본측의 항의를 받았다.

열화(劣化)우라늄(Depleted Uranium·DU)은 원자탄이나 원자력 발전소의 핵연료에 사용되는 우라늄 동위원소 U_234, U_235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의미한다. 이 우라늄은 지구상의 금속 중 가장 견고하고 무거워 제트기 표면이나 포탄 탄두 등 특수한 강도가 요구되는 제품에 이용된다. 문제는 열화우라늄으로 제작한 포탄이 탱크 등과 충돌, 연소되면서 U_238이라는 방사능 먼지가 발생한다는 것. 환경론자들은 이 먼지가 폭격 장소를 오염시켜 인체에 방사능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등 열화우라늄탄 사용국은 방사능 유출량이 극히 미미하다는 입장이지만, 완벽하게 안전성을 입증하진 못했다.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의 소련제 탱크를 상대로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했던 미군은 지난해 코소보 공습 때도 3만 1,000발을 발사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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