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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위해 교실 모두 옮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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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위해 교실 모두 옮겼어요

입력
2000.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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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구 명덕초등학교장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덕초등학교에는 5학년 교실이 1층에 있다. 휠체어를 타는 3반의 한성호(韓聲湖·13)군 단 한명을 위해 5학년 전체가 3월18일 4층에서 이사를 왔다. 5학년이 옮기면서 1-4학년도 역시 교실을 바꿨다. 한군의 어머니 서문순이(西門順伊·41)씨는 “특수학교인 주몽학교에서 전학오면서 불편은 각오를 했는데 성호 때문에 교실까지 옮겨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교실을 바꾼 이는 이 학교 전병구(田炳九·60)교장선생님. 부임 첫 해인 1998년, 3층에 있던 4학년 장애아의 교실을 옮겨주지 못한 채 미국으로 떠나보낸 안타까운 경험이 이번 결정을 서두르게 했다. 전교장은 “이 일로 학교가 달라졌다.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니 어둡던 성호가 밝아졌고 아이들도 이제 남을 돕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알게 된 것같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바뀐 곳은 물론 성호네 3반이다. 과학시간이면 3층에 있는 과학실로 친구들이 성호를 업어 나른다. 한 반의 신동화 손광우 이경현 서준범 김의준군 등은 “하나도 안 힘들다”며 “성호때문에 우리 반이 다른 반보다 더 단결도 잘되고 화기애애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호도 “처음으로 여러 친구들을 사귀어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자진해서 성호의 담임을 맡은 김경순(金璟純·43)교사는 “체육시간이나 현장학습시간에 교실에만 있으려고 하던 성호가 이제는 체육시간에 친구들이 운동장을 돌 때 휠체어를 타고 따라 돌기도 하고 피구나 농구를 할 때 심판을 자청한다”고 대견스러워 했다. 지난달에는 암사동에 있는 정수장으로 현장학습까지 따라 나섰다고 한다.

성호는 다섯살 때 6층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됐다. 어머니 서문씨는 “장애인이 일반학교에 다니려면 고통이 이만 저만 아니다”며 “교장선생님의 앞선 결정이 다른 학교에도 널리 번져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교장은 “장애아와 일반아가 함께 생활하게 하는 것 자체가 큰 교육”이라며 “장애인에게 아직도 불편한 학교시설을 계속 개선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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