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보다폰 에어터치의 크리스 젠트(51·사진) 회장은 “협상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인물로 평가 받는다. 그는 3년전 무명인 보다폰의 CEO에 오른뒤 세계 기업역사에 기록될만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여러차례 성공시켜 보다폰을 세계 최대의 이동전화업체로 성장시켰다.그가 세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 보다폰이 미국 벨애틀랜틱·MCI월드콤사와 치열한 인수경쟁 끝에 700억 달러로 라이벌인 에어터치사를 인수했다. 그는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경쟁사였던 벨애틀랜틱사와의 대규모 합병을 이끌어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의 장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에는 독일 최대 이동통신회사 만네스만에 인수합병을 제의한뒤 거부당하자 적대적 인수 절차에 들어가는 강공을 펼쳐 결국 올 2월 1,830억 달러에 이를 인수했다. 이로써 보다폰-만네스만 합병회사는 제너럴 일렉트릭(GE), 시스코시스템스,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은 세계 4대 기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젠트 회장은 이같은 탁월한 능력으로 세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포브스가 2000년 신년호에서 그를‘올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맨’으로 선정한데 이어 비즈니스 위크가 6월 12일자호에서 ‘유럽을 이끄는 스타 50인’중 기업인 부문 최고 인물로 꼽았다.
영국 런던 남부에서 태어난 그는 선원인 아버지가 10대때 숨지자 19살에 대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웨스트민스터 은행에 보조행원으로 취직한다. 이후 그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보수당 청년조직’에 가입해 의장을 맡으면서 존 메이저 전 총리와 친분을 쌓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 경험은 기업인으로서의 성공에 일조했다. 14년동안 컴퓨터 업종에서 일했던 그는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을때 무선통신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1985년 보다폰의 작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영국 정부가 전화사업 규제를 해제할때 젊은 시절 쌓아둔 정치 인맥을 로비에 십분 활용,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그 덕분에 그는 입사 14년만에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오르는 ‘보다폰 신화’를 만들었다.
그는“보다폰은 앞으로 이동통신과 인터넷 데이터 사업으로 향후 10년동안 20%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회사의 이익은 종업원에게도 전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1998년에 전사원에게 스톡옵션을 실시했고, 그 가치는 현재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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