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 '소리 만들기'·이혜성 "작곡은 수행"개성 있는 작품 세계로 주목받는 여성 작곡가 이윤경(35), 이혜성(39)이 서울 토탈미술관 (02-379-3994)에서 잇따라 작품발표회를 갖는다.
9일(금) 오후 3시 이윤경의 작곡발표회는 색다른 음악 체험이 될 것 같다. 일반적인 연주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소리설치 작업’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피아노 몸통 안에 작은 스피커와 진동기를 달아 새로운 음향을 빚어내는 ‘피아노 버그’, 피아노 줄 사이에 고무조각을 끼워 연주하는 ‘스트링스’, 가야금과 첼로, 피아노에 비디오 작업이 가세하는 ‘스트링스Ⅱ’, 풀밭 곳곳에 숨겨진 작은 스피커로 연주되는 ‘소리 나는 정원’, 바위벽에 매단 딸랑거리는 방울과 거기 연결된 회전하는 놋그릇, 그 안에 담긴 쇠붙이의 울림으로 이뤄지는 공간대위법적 작품 ‘기이한 회전’….
소리설치 작업은 시간예술인 음악에 공간적 요소를 끌어들인 것이다.
이때 작곡가는 무대 위의 연주 뿐 아니라 한 공간 안에 섞여있는 모든 소리를 끌어들여 작품을 설계한다.
청중이 소리설치 작품을 건드리거나 작곡가의 주문에 따라 소리치는 것도 연주에 포함될 수 있다. 무대에서 객석으로 일방통행하는 음악이 아닌 것이다.
이혜성은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11일(일) 오후 3시 작곡발표회는 지난 10년을 결산하는 자리이다.
‘세포’ ‘기름새’ ‘깨어있음’ ‘상한 영혼을 위하여’ 등 작품 제목에서 짐작되듯, 그는 인간 내면과 자연 환경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곡을 써왔다.
특히 쌍둥이 동생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예찬과 공동연구로, 현대주법을 응용한 바이올린 작품을 체게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곡이 마치 수행처럼 느껴진다는 그는 작곡하는 마음가짐을 다음과 같은 박노해의 싯구로 표현했다.
“자기가 선 자리에 뿌리를 깊숙히 내리고 땀흘려 일하고 공부해야 자기 안으로 흘러드는 물길을 낼 수 있습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신작 ‘고요Ⅱ’(가야금과 여섯 주자를 위한 7중주)가 세계초연된다. 이밖에 오염된 바다에서 기름 범벅이 된 채 죽어가는 새의 모습에서 종말의 경고를 읽는 ‘기름새’(바이올린과 비올라 2중주), 동양철학의 우주론을 음악으로 옮긴 ‘하도’(河圖·목관5중주), 바이올린의 울림에서 비움과 채움의 최대치를 이끌어내는 ‘비움’(바이올린 독주)이 연주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