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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도자 김정일](8,끝) 통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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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도자 김정일](8,끝) 통일관

입력
2000.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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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체제 공존하는 국가연합만나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대사건이라는 남북 정상회담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분단과 전쟁의 참화로부터 반세기를 지난 지금, 우리의 설렘은 민족통일의 시대를 향한다. 아무리 주변 열강이 우리 민족을 갈라놓아도 아무리 반민족적인 세력이 통일을 반대한다 해도 우리 가슴속에 흐르고 있는 민족통일의 열정은 우리를 통일로 이어줄 것이다.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지금,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정일(金正日)은 민족 통일을 어디쯤에 자리매김하고 있을까.

기본적으로 김정일의 통일관은 김일성(金日成)주석이 1980년 조선로동당 제6차대회에서 내세웠던 고려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말 이후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과 소련이 해체되는 대변동을 겪은 뒤, 그의 생각에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정일의 통일관을 엿볼 수 있는 문건으로는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 1992년의 헌법개정, 1993년의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 1997년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조국 통일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자’, 1998년의 ‘온 민족이 대단결하여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룩하자’와 ‘김일성헌법’으로 불리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을 들 수 있다.

이들 문건들에 나타난 김정일의 생각은 통일지향적이라기보다는 체제수호에 초점이 놓였다고 볼 수 있다. 북한측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이끌어냈던 남북기본합의서에는 평화통일의 성취를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상대방의 체제 인정과 존중, 상대방의 내부문제에 대한 불간섭이 규정돼 있다.

이 합의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 받았지만 통일에는 반드시 남북한 체제의 상호 수렴과 간섭을 수용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현재의 관점에서 본다면 합의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기본적으로 체제수호에 몰두하고 있는 김정일은 1993년의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에서도 현존하는 두 제도, 두 정부의 유지, 서로 다른 사상과 이념의 인정을 요구했다. 또한 통일 후에도 국가적 소유, 협동적 소유, 사적 소유의 인정과 각자가 가진 사회적 명예와 자격의 인정, 공로자가 받는 혜택의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는 통일 후에도 사회주의제도의 골간을 지속할 것임을 주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동시에 김정일의 체제유지 논리는 적대적 대립관계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1997년에 김정일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는 동족간 전쟁으로 해결할 조건이 아니며 강압적인 방법으로도 없앨 수 없다면서 남북 양체제의 공존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김정일은 어떤 계급이나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도 양심을 가지고 조국통일을 위해 나선다면 함께 손잡고 나갈 것이라면서 대외적인 '광폭정치'의 실시를 주장했다. 이렇게 보면 현재 김정일의 생각은 기존의 연방제 방안보다는 국가연합적 방안에 무게가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1998년에도 김정일은 보다 적극적으로 모든 계급, 계층을 한 품에 안아주는 ‘광폭정치’를 주장하고 과거불문의 관용을 내세우면서 남한과 해외의 모든 정당, 단체들과의 연대연합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김정일의 통일관은 북한이 처한 처지의 변화를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1998년에 김정일이 만든 ‘김일성헌법’은 영원한 김일성주석의 나라를 고수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1992년 헌법개정에서 추가했던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만을 조국통일의 원칙으로 반복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김정일의 통일관에 주목할 만한 진전이 없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정일은 그가 말하는 대등한 통일을 원한다면 남한과 대등한 수준의 경제발전과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주철(李周哲·역사문제연구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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